당초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기지로 이전하고, 연합사가 행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유지비가 많이 드는 탱고 시설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미국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의 지휘소 이외에도 또 돈을 들여야 하는 이중 부담, 국고 낭비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27일 “한미는 최근 SOFA(주한미군 주둔지위협정) 회의에서 연합사의 전시지휘소인 CP 탱고를 공동사용 시설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잠정 합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애초 우리 정부에 전작권 전환 이전에 탱고 운영 및 관리를 전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려면 연합 전시지휘소인 탱고 시설을 사용해야 하므로 한국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사용하라는 요구였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을 위해 해외주둔군의 경비 절감 목록을 제시하며 탱고 운영비 1,750만 달러를 삭감 대상에 포함시켜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우리 측은 수방사 B-1 문서고를 미래연합군 전시지휘소로 사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첨단화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나중에는 탱고 시설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전액 부담과 전용 사용 등에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 협의 끝에 한국군의 미래연합지휘소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더라도 탱고 시설도 함께 사용하고 운영 비용은 분담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담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성남의 한 산속에 있는 벙커인 탱고는 미군이 전용으로 관리해온 곳인데, 공동사용 시설로 최종 전환되면 우리 정부는 국방예산으로 보수 및 운용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화강암 지대에 견고하게 건설된 이 벙커는 수맥이 지나는 곳이어서 지하수가 솟아나기 때문에 습기가 심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어 보수하고 있다. 탱고는 미군이 1970년대에 비밀리에 건설, 지난 2005년에야 일부만 공개한 극비 시설이지만 방수와 방습 등의 설비, 전기사용료 등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탱고 운영비를 분담하는 동시에, 미래연합군 전시지휘소 운영비까지 내야 하는 이중부담을 지게 될 상황이다. 특히 타지역보다 전구(戰區) 범위가 좁은 한반도에서 2개의 전시지휘소를 운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일정이 계속 바뀌면서 B-1 문서고 리모델링 작업도 지연됐다”며 “결과적으로 전작권 전환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한국이 탱고 운용비를 분담하게 될 경우 미국으로선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절감된 예산은 다른 곳에 사용될 수 있다. 미측이 예산 전용 검토 부문에 탱고를 고려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탱고는 적의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됐다. 생화학무기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고, 외부 지원 없이 약 2개월간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로처럼 이어진 내부에는 회의실, 식당, 의무실, 상하수도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2005년 3월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이때 일부 한국 기자에게도 일부 시설만 개방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