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 실적 시즌을 전후로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잇따라 해외 장기 투자금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직접 나서 현지 기관투자가들에 올해 경영 목표와 경영상황을 공유하고 나아가 신규 투자 유치로 은행주 장기 저평가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출장으로 오일머니를 유치했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1·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인 다음 달 중순께 북미 출장에 나선다. 오는 4월14일부터 열흘간 미국·캐나다에 머물며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를 만나는 데 앞서 신한지주(055550)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온 장기투자자들과의 미팅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해 첫 해외 IR을 통해 직접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고 경영전략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신한이 원하는 투자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나 아부다비투자청(ADIA) 같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들인데 이번 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출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5월 첫 해외 IR에 나선다. 올해는 홍콩·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방문해 기존 투자자들은 물론 신규 투자자들에게 지주 출범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 계획 등을 설명할 방침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일본 지역의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손 회장이 직접 취임 후 첫 현지 IR을 시행하게 됐다”며 “글로벌 자산운용사 밀집지역인 홍콩에서는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IR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주사 회장들보다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의 해외 IR 일정은 좀 더 빡빡하다. 윤 회장은 30일부터 첫 해외 IR에 나서는데 다음달 5일까지 홍콩과 호주를 방문한다. 특히 윤 회장이 호주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에서 캐피털그룹 등 기존 주주들과 만나고 호주에서는 프랭클린템플턴 등 핵심 주주와 연기금 등을 두루 만나기로 했다. 윤 회장은 또 같은 달 14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브리지포럼(Bridge Forum)’에 참석한다. GIC와 싱가포르 경제개발청(Singapore Economic Development Board)이 아시아 지역 파트너들과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을 연결해주기 위해 시작된 포럼으로 윤 회장은 ‘다음 세대의 금융서비스’를 주제로 열리는 CEO서밋에 참가하는 동시에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 경영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지주사 회장들이 이처럼 해외 IR에 발 벗고 나서는 배경에는 올 1·4분기를 기점으로 그간의 실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은행 주가의 저평가 국면이 장기화한 만큼 올 1·4분기 실적 시즌 전후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익성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과거 대비 높아진 배당성향,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