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총리로부터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주도권을 넘겨 받은 영국 하원이 결국 대안 모색에 실패했다. 잠시 주도권을 내줬던 메이 총리는 다시 한번 기존 합의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8개의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지만 모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투표 결과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J는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8표차 부결했다.
어떤 브렉시트 안도 반드시 제2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M은 가장 많은 268표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반대표가 295표에 달해 27표차 부결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제출한 옵션 K 역시 찬성 237표, 반대 307표로 과반에 못미쳤다. 이 안은 영국이 EU 단일시장의 권리 및 규제와 일치를 이루도록 하면서 관세동맹에 영구 잔류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 취소, 영국이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등 나머지 옵션 역시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하원의 기대에 못 미친 투표 결과가 나오자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의향투표 결과는 왜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안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클레이 장관은 “만약 하원의원들이 합의안을 가지고 EU를 떠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EU 탈퇴협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하원은 의사일정안에서 이날 의향투표를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4월 1일 추가 토론 및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원은 다음달 1일 다시 한번 여러 브렉시트 대안에 대해 논의한 뒤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주 내 브렉시트 제3 승인투표(meaningful vote)가 열리고 의회에서 가결된다면 추가 의향투표는 열리지 않게 된다.
메이 총리는 충분한 지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오는 29일 승인투표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향투표 직전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서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브렉시트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나라와 당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이 자리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메이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히자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 중 일부는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로 돌아섰다.
일부 언론은 기존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당 의원 중 20여명가량이 이미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여전히 합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승인투표가 열려도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