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송 다양성·유효경쟁 활성화 보장 장치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 재도입 - 찬성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 공정한 시장 조성위해 최소한의 경쟁 사업자 필요

● M&A 걸림돌땐 점유율 상한 수준 재논의하면 돼

● 독과점 금지안 마련까지 시장 안정성 확보해야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규정한 합산규제의 재도입을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합산규제는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하고 있다. 이 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도입 주장이 꾸준히 이어졌다. 올 초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수차례의 논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지난 21·22일로 예정됐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모두 취소됐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점유율 33%를 넘은 KT 계열은 딜라이브 등을 인수할 수 없다. 재도입 찬성 측은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존 케이블사업자 간에 최소한의 유효경쟁을 보장하고 방송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합산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에 합산규제까지 더하는 것은 중복규제이며 세계 방송시장의 급변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발표하면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케이블TV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발(發) 플랫폼 산업 진출, 플랫폼 산업발 콘텐츠 산업 진출로 경계가 모호한 미디어 산업의 복잡하고 강렬한 변화 역시 시작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 논의가 진전 없이 공전하고 있다. 합산규제는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을 포함한 유료방송사업 가입 가구의 3분의1을 초과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인데 지난해 6월 말 일몰한 상태다. 이해 당사자 간에 여러 가지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합산규제는 기본적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일각에서는 합산규제가 사업자의 성장을 막는 불필요한 사전규제 또는 사업자 간 M&A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재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 IPTV 도입 시점이었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도입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통신사의 방대한 유선 네트워크 지배력과 엄청난 자본력에 대한 견제, IPTV가 경쟁 산업인 케이블TV에 비해 상대적 특혜를 받고 시장에 진입한 대가였다. 경쟁 사업자인 케이블TV는 특정 사업자의 거대한 규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경쟁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면허로 도입해야 하고 IPTV를 자회사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통신정책을 주관하던 정보통신부는 IPTV는 융합 서비스이므로 방송법이 아닌 특별법을 제정해 전국 면허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경우 특정 사업자가 시장 잠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입자 수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정보통신부와 IPTV 업계가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법인 IPTV법은 공정경쟁과 독과점 방지 규제를 위한 시장점유율 규제라는 내용을 반영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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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법이 도입되고 2009년 대기업 지분 제한이 완화되자 KT는 위성방송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해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늘려갔다. 위성방송이 KT의 자회사가 된 것은 IPTV법 도입 후 시장점유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규제 회피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15년 시장점유율 규제를 바탕으로 합산규제를 시행하게 됐다.

실제로 시장점유율 규제가 도입된 지 10년 이상이 흐른 현시점에서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점유율을 살펴보면 1위 사업자가 2~3위 사업자의 가입자 합계를 웃돌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유력한 2위 사업자로 예상되나 그럼에도 1위 사업자의 가입자와의 격차는 매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정책적으로 도입된 합산규제의 근거가 여전히 유효하다.

합산규제를 재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유무선 지배적 이동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에 진입하면서 기존 케이블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공정경쟁과 방송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상호 합의에 따라 합산규제는 받아들여지고 시행됐다. 이러한 합산규제를 폐지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서는 당시 우려되던 상황이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 공정경쟁과 방송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 의문이다.

또 최소한의 유효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쟁 사업자가 필요하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상황을 돌이켜보면 통신 3사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누구도 이득을 가져가지 못하는 사중손실(死重損失) 규모가 매우 크다. 소비자가격 역시 담합에 가까울 정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료방송시장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마지막으로 합산규제가 IPTV사업자의 M&A에 장애 요소가 된다면 시장점유율 상한을 재논의하면 되고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고 모니터링해 그 수준을 결정하면 된다. 관련법이 일몰된 현재 상황에서는 인수하려는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66%까지 확보할 수 있어 오히려 독과점을 인정해준다는 오명을 얻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유효경쟁이 보장되고 시장 독과점 금지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합산규제를 도입해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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