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신 모씨는 올해 초 취업 준비를 위해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용노동부의 ‘내일배움카드’ 정책 관련 설명을 듣고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학원에 등록했지만 한참을 기다린 끝에 ‘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비를 들어 학원 수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등을 살펴보면 신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이 카페에는 “내일배움카드 발급받는 팁 좀 공유해주세요”라는 게시글도 수시로 올라온다. 취준생의 내일배움카드 발급과 관련한 예산이 충분치 않아 대다수 취준생들이 카드 발급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실제 남양주고용센터는 “예산이 부족해 일주일에 한 명만 선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취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꾸준히 밝히고 있지만 정작 취준생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취준생들 사이 ‘일자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내일배움카드란 정부가 직업훈련 교육을 받는 국민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근로자·실업자 각각의 상황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고용노동부의 정책이다. 카드를 발급받으면 학원 수강료 등 직업훈련 비용으로 연간 200만 원까지 사용 가능하다. 또 내일배움카드는 정부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의 2단계에 포함돼 있고, 별도로 카드만 신청하는 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취준생들에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정책 설명과는 달리 실제 취준생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청년 일자리 예산이 올해 들어 크게 줄어들며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 편성을 살펴보면 기업·기관에 제공하는 ‘고용장려금’은 지난해 대비 52% 증가했지만 ‘직업훈련’ 관련 예산은 5% 감소했다. 청년 일자리 예산도 당초 정부 계획안보다 1,200억원이 깍인 채 통과됐고 특히 ‘취업성공패키지’에 할당된 예산 역시 1,320억원 감소했다.
예산이 깎이며 일자리 정책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크다. 패키지 담당자 1명 당 100명~120명을 담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청년 각각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냐는 불만이 나온다. 54조 원이라는 ‘역대급’ 일자리 예산을 내놓은 정부지만 실제 청년을 비롯한 취업준비생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혜택은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또 취업에 대비한 학원비를 지급하는 것이 목적인 ‘내일배움카드’임에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업종이 다소 국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사 결과 지원받을 수 있는 업종 종류의 가지 수 자체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컴퓨터 활용 능력(컴활)’ 시험을 준비하는 컴퓨터 학원·게임개발 혹은 IT 분야 관련 학원·미용 학원·디자인·요리로 한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예산 부족의 이유로 카드 발급을 거부당한 대학생 김 모씨도 “국비 지원이 되는 시험 종목의 가지 수가 적어 취업에 필수적인 컴활 자격증이라도 따고자 신청했지만 예산 부족이라며 거절당했다”고 말하며 “주변에서 거절당하는 사람들을 몇 번 봐서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였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금 나랏돈이 없어 직업훈련을 못 받고 있습니다.’ 등의 제목으로 관련 청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내일배움카드’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훈련지원인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훈련생이 희망한 훈련 시기에 지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1~3월 운영상황에 대한 진단 및 평가를 토대로 보완 방법을 마련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어 “최근에는 우수훈련기관의 취업률 우수과정에 대한 훈련상담 기간을 4주에서 2주로 단축해 더 많은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훈련참여가 본격화되는 3월부터는 계좌발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월별 개설 훈련과정 수가 1월에는 1,555개였지만 3월에는 3,978개”라며 향후 훈련과정을 더 많이 개설할 것이라 밝혔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