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토요워치] 하우스 알선…포커 생중계…불법도박 판치는 개인방송

BJ, 불법 도박사이트 브로커로 활동

초대형카지노 규모로 이용자 모아

댓글 통해 송금 주문 받고 게임 진행

소액부터 수억까지 판돈도 '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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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해 개인방송을 해온 이모씨는 최근 쇠고랑을 찼다. 유튜브·아프리카TV 등을 활용한 개인방송으로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았다. 시청자들로부터 온라인 댓글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금주문을 받고 이씨가 온라인 포커게임을 대리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지난 6개월간 중계한 도박판 규모는 무려 105억원. 환전상들이 이씨와 공모해 해당 온라인 포커게임에서 거래되는 사이버 게임머니를 시청자들에게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수법으로 도박판이 운영됐다.

이는 경찰이 지난 13일 발표한 개인방송 불법도박단 구속 사례다. 어쩌다 한 번 있는 개인방송 진행자(BJ)의 일탈행위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온라인 1인 방송계는 불법도박판의 온상이 돼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최대 5,000만원의 현상금(포상금)을 내걸고 불법도박 운영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고를 독려할 정도로 문제가 만성화됐다.

흔히 크리에이터(창작자)로 불리는 BJ 가운데 일부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알선하는 도박의 장르는 다양하다. 일반 스포츠 경기 승패 베팅에서부터 e스포츠를 비롯한 사이버게임 승패 베팅에 이르기까지, 승부와 관련해 돈을 걸 수 있는 형식의 게임이라면 무엇이든 불법도박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BJ가 단순히 불법도박 사이트를 홍보해 시청자들의 가입을 유도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도박판 자체를 진행하는 호스트가 돼가고 있다. 이들이 중계 수단으로 삼는 매체도 광범위하다.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한 ‘유튜브’에서부터 국내 개인방송 온라인 채널인 ‘아프리카TV’ ‘팟캐스트’ ‘버블TV’ ‘라이브스타’ ‘핫TV’에 이르기까지 온갖 개인방송 포털 사이트가 활용된다.


불법도박단이 1인 방송 사이트를 악용하는 것은 저비용으로 쉽게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큰판’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튜브 접속자 수는 국적을 떠나 천문학적이고, 국내에서도 아프리카TV의 경우 하루 접속자가 수백만명에 달한다”며 “도박단은 그저 방송카메라 몇 대와 BJ 한두 명만 고용하는 소액투자만으로 어지간한 초대형 카지노 뺨치는 규모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개인방송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BJ의 상당수가 아직 수입기반이 취약한 생계형 방송진행자인데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아 도박단과 같은 불법조직이 스폰서가 돼주겠다는 식으로 포섭하기에 좋은 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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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하우스’라고 불리는 오프라인 도박장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불법도박단이 개인방송계에 둥지를 트는 이유다. 도박장 확보를 위한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은데다 실체 없이 사이버 공간을 전전하다 수사망이 좁혀지면 해당 방송 사이트를 폐쇄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도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법도박 개인방송의 위험성은 그 영향력이 국경·시간대를 넘어 매우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 특히 이용자의 계층과 관계없이 표적으로 삼고 있고 판돈도 소액에서부터 거액까지 마음대로 걸 수 있다 보니 청소년이나 심신미약자, 뒤늦게 온라인 미디어에 눈을 뜬 고령계층, 일부 저소득층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국과 개인방송 포털 사이트 운영 기업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중과부적이다. 국내의 한 개인방송 포털운영사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BJ의 불법·탈법행위를 모니터링하는 조직을 이미 마련해 수십명의 인력을 투입해왔지만 하루에도 많게는 수천개의 BJ 채널이 다양한 시간대에 진행되다 보니 그 모든 채널을 동시에 챙겨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사감위 등 당국도 경찰과 연계해 온라인 불법도박 행위 근절에 나서고 있지만 역시 인력의 한계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BJ와 개인방송 이용자들이 스스로 불법도박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예방 차원의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사후적으로는 불법도박 행위에 대한 이용자들의 자발적 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아울러 개인방송을 모니터링할 관계당국의 인력과 조직을 확충해주고 관련 포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불법감시 인력 운영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줘 해당 기업 스스로 모니터링 인력을 더욱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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