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이날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과제별 후속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준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대출자에게 대출금리 산정 내역서를 제공하고 리스크·유동성 프리미엄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매월 한 차례 이상 재산정해야 한다. 리스크·유동성 프리미엄 산정이나 반영주기가 한 달로 지나치게 짧아지면 대출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1개월’로 기준을 정했다. 시중 은행은 기준금리에 업무 원가, 리스크·유동성·신용 프리미엄 등 리스크 관리 비용, 법적 비용, 목표이익률 등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책정한다. 일종의 원가개념인데 리스크·유동성 프리미엄은 경기 변동상황에 따른 각 은행 손실을 반영하는 항목으로 통상 1년간 경기 흐름을 파악한 뒤 산정해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매월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외부에 이미 배포된 보도자료에 ‘한 달’로 표기돼 있다는 이유로 수정을 하지 않고 원안을 고집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월 당국과 은행 대출담당자들이 모여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매월 재산정은 대출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수정을 요구했지만 당국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통상 1년에 한 차례 산정하는 리스크·유동성 프리미엄을 매월 산정한다는 문구는 금융당국이 보도자료를 내면서 오타를 낸 게 분명한데, 금융당국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강행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한 달 넘게 가산금리 재산정 기간이 한 달로 인식돼 있으니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대로) 그대로 하라’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재산정 주기를 다시 논의하자고 건의했지만 금융당국은 한 달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이날 원안대로 개정된 규준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오타’를 모범규준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은행의 사소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경직돼 있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담당자는 “오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끝날 문제를 ‘국민에게 공표했으니 그대로 따르라’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당국이 무결점을 고집하려다 은행에 쓸데없는 재산정 비용 부담만 지우는 또 하나의 규제만 생기게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