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안마의자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지면서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업체들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슈퍼카 업체인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럭셔리 제품을 내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품 디자인이나 컬러에서 과감한 시도를 통해 주목을 끌려는 시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독보적 1위 vs 2위 자리 놓고 열띤 경쟁=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독보적인 1위는 단연 바디프랜드다. 시장 점유율(판매대수 기준) 47%, 과점이라고 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1위다. 바디프랜드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는 곳은 휴테크(25%)와 코지마(22%)로 이들 업체는 ‘2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바디프랜드의 성장세 못지 않게 누가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을 모델로 중장년층의 마음을 파고 들었던 코지마가 3~4년 전까지는 절대 우위였지만 지난해부터 ‘특A급’ 모델인 배우 정우성을 내세워 TV 광고를 시작한 휴테크가 빠르게 전세를 역전하고 있다는 관전평도 힘을 얻고 있다.
호시탐탐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후발주자들도 눈길을 끈다. 안마의자가 주력 제품은 아니지만, 방문판매나 렌털을 주로 하면서 안마의자 시장까지 발을 걸쳐놓은 회사들이다. 6% 남짓인 파이를 나눠 가진 후발주자들은 LG전자나 SK매직 같은 대기업 그룹군, 웅진코웨이나 교원 등 방문판매 주력 중견기업 등으로 구성된다. 특이한 점은 대기업 그룹군의 경우 양판점을 위주로, 방문판매 기업들은 자체 영업인력을 통한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국내 안마의자 시장을 쥐고 있던 일본 안마의자 업체인 파나소닉 등은 옛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진 상태다. 특히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 브랜드의 경우, 대당 1,000만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된 점이 결정타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바디프랜드의 ‘파라오S’가 725만원으로 최고가 제품으로 분류되고, 바디프랜드가 람보르기니와 협업해 내놓은 최고급 사양인 ‘LBF750’ 모델은 수 천 만원 대로 책정된 상태다.
◇토종이 장악한 안마의자 시장, 비결은?=일본산 안마의자가 점령하고 있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바디프랜드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007년 선보인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일시불 구매가 당연시됐던 시장의 판도를 ‘렌털 시스템’을 통해 완전히 뒤집었다.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인 만큼 극소수 사람만 향유할 수 있었던 안마의자를 대중적인 가전제품으로 바꾸어 놓은 시도로, 바디프랜드 내부에서도 “획기적인 시도였다”는 자평이 나온다. 바디프랜드는 여기에 홈쇼핑 진출과 명절 성수기를 활용한 마케팅도 추가했다. 이후에는 추성훈·추사랑 부녀를 기용한 TV 광고(2015년)까지 덧붙이면서 격차를 벌려 나갔다. 고가의 프리미엄 안마의자를 판매한다는 점은 일본 업체들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판매 전략만큼은 대중적이었던 셈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렌털제를 도입한 이듬해(2010년) 188억원 규모였던 연 매출은 2011년 34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다시 2012년 420억원에서 2013년 785억원, 2014년 1,688억원으로, 해마다 매출이 배로 뛰어올랐던 바디프랜드는 급격한 성장을 발판으로 기술과 마케팅에 힘을 쏟을 여력을 확보했고, 이는 다시 매출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역사적 시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바디프랜드는 어느덧 추격이 아닌 시장 선도의 부담을 안게 됐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탓에 여전히 희망적이지만, 내수만으로는 그간 이어왔던 빠른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 사실. 3·1절 100주년을 기념하는 퍼포먼스와 이벤트를 진행한다거나 아동 전용 안마의자인 ‘하이키’를 출시하는 등의 색다른 마케팅도 점유율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시장의 63%를 차지하고 있다”며 “ ‘오감 초격차’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기술과 디자인, 품질, 서비스, 고객 만족이라는 5가지 분야에서 경쟁사가 추격할 수 없는 수준의 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유럽과 중국, 미국 등으로 뻗어 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에 방점 찍은 후발주자=2·3위 업체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바디프랜드가 놓친 시장의 먹거리를 샅샅이 찾아내 빠른 속도로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다만 △프리미엄 고객 맞춤형 마케팅 △체험을 위한 전국 영업망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 △명절 이벤트 등과 같은 국내 시장 맞춤형 전략은 1위와 유사하게 펼치되, 이를 펼쳐나가는 세부 전략에 있어서는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선 휴테크는 제품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고급 사양의 안마의자인 SLS9을 선보이면서 과감하게 제품 외관을 블랙으로 뽑아냈다. 내부 시트는 퍼플 와인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지만,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화이트나 아이보리 등 상대적으로 밝은 색을 외관으로 쓰는 타사 프리미엄 제품과 확실히 선을 긋고 ‘다르다’는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통상 안마의자는 부피가 크고 거실 등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어두운 색상을 선택하면 집이 어둡고 좁아 보인다는 평이 있는데 이를 과감히 배제한 디자인인 셈이다.
여기에 신개념 음파 진동 마사지 시스템을 도입해 물리적인 압력에 의존하는 기존 안마의자와 다르게 깊으면서도 효과적인 마사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브랜드 광고에서는 ‘앉아보면 다르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모습도 목격된다. 휴테크 측은 “플래그십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LS9는 놓여 있을 때뿐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에서도 좋은 라인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하는 데 힘을 썼다”며 “한국인의 체형에 딱 맞춰 마사지를 제공하는 기술은 물론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개발한 인체공학 플랫폼 등 적용했다”며 기술력에 근거한 차별성을 무기로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코지마는 친근함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차이를 꾀하고 있다. 코지마는 안마의자의 타깃 고객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해 트로트 가수 장윤정을 2015년부터 전속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여기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복정제형이 저울로 시작해 혈압계, 체지방계, 마사지기 등을 두루 제조·판매하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