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출입 동반급락...불황형 흑자 빠져

2월 상품수지흑자 4년7개월來 최소

배당많은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중국 수출 감소, 국내 기업들의 투자 기피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급락하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 배당시즌인 이달에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면서 대외신인도마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2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상품수지는 5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7월(54억2,000만달러 흑자)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소치다.

수출은 401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8% 줄어 3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단가 하락과 석유류 수출 부진,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로 인한 대중 수출 악화가 겹쳤다”고 말했다. 수입은 346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1% 감소했다. 수요 수입품목인 원유 등 석유류 단가가 하락하고 반도체 수출 둔화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수입이 급감한 탓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경상수지는 36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8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9개월 만에 최소였던 전월(28억2,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소폭 커졌다. 상품수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서비스수지 적자가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가 증가해 여행수지 적자가 11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줄어들면서 서비스수지 적자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월 입국자 수는 120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상품수지 흑자는 축소됐지만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조금이나마 증가한 것이다. 세계 교역량 둔화로 운송지급이 줄어들면서 운송수지가 3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보다 규모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움직임인 본원소득수지는 3억6,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8월(3억2,000만달러 흑자) 이후 최소치로 내려앉았다. 국내 사모펀드의 외국인 배당 지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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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수출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이달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추세이고 4월은 계절적으로 배당 지급이 많은 달이라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서비스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개선되고 있어 추세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월 경상수지 적자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일시적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둔화뿐 아니라 기계류 등 설비투자와 밀접한 수입이 감소한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34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 부문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6억1,000만달러 늘었으나 외국인 국내투자는 10억3,00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 국내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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