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나 건보 적용 코앞에 닥쳤는데...모럴해저드 방지책 못찾은 당국

본인부담률 등 기준 필요한데

손보·한방업계 접점 못찾아

과잉진료 부담 큰 손보사 한숨




한방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이 오는 8일로 다가왔지만 과잉진료를 막을 진료기준 등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손보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추나요법의 건보 적용으로 손보사의 경우 보험금 지급 부담이 확 늘어나는 상황인데 교통사고 환자의 연간 추나요법 횟수 제한, 복잡추나 시술 대상 제한 등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손해보험협회와 한의사협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자동차보험 진료비 기준확정 회의를 개최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자동차손해배상법에 따르면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결정하기 전 진료수가분쟁심의회를 열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업계 간 의견 차이가 커 조율을 하지 못한 것이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방업계와 보험업계의 중지를 모으기 위해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며 “정부(국토부)가 최종 (진료비 기준을) 결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추나요법 급여화를 의결했고 지난달 26일에는 관련법(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전까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었던 추나요법의 급여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어떤 기준에 의해 복잡추나를 실시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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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은 비급여인 추나에 대해 별도의 수가(1만5,307원)를 책정해 지급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기존 수가보다 47~281% 비싼 2만2,332~5만7,804원으로 결정되면서 이를 따르게 됐다. 추나요법에 대한 손보사의 진료비는 연간 563억~1,447억원가량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데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기본 추나로 진료할지, 아니면 중증이어서 복잡추나 진료를 해야 할지 기준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단순 사고로도 복잡추나 진료를 요청해 치료비 지급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손보사들의 우려다. 실손보험의 도수치료 과잉 진료에 따른 보험금 지급 부담으로 손보사 실적이 악화돼 문제가 됐듯이 추나 진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에서는 그동안 단일요금이던 추나를 단순·복잡·특수추나로 세분해 급여화하는 대신 과잉진료를 예방하기 위해 5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본인부담률이 없어 일부 보험 가입자나 한방병원에서 악용할 우려가 높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복잡추나를 구분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수가가 높은) 복잡추나를 권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진료실에서 결정되는 일이라 보험사들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한계”라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추나 치료를 연 20회로 제한하고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손보사들은 과잉진료를 확실히 막을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의업계는 “수가가 올랐다는 것만으로 보험사들이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해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가 한의업계의 의견을 급하게 수용하면서 급하게 급여화가 추진되는 바람에 지난해 7,000억원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기록한 손보업계는 “가만히 있다가 뺨을 맞는 기분”이라며 부글부글하고 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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