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감이 5분의1로 줄었습니다. 사다리차, 용달 트럭을 함께 운영하는 이사 업체들이 사다리차 대여업, 용달차 운수업 등으로 업종을 전환할 정도입니다. 무허가라도 차라리 사무실을 없애고, 직원을 줄이면서 단가를 낮추는 생계형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서울 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 관계자)
부동산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관련 산업의 침체 골도 깊어지고 있다. 봄 이사철에도 일부 지역에서 초급매 위주로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을 뿐 거래가뭄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4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5,233건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08년 4·4분기(5,026건) 이후 역대 최소치다. 1년 전인 2018년 1·4분기 3만5,121건에 비하면 85% 이상 급감했다. 전월세와 매매 거래를 통틀어서도 올 1·4분기는 5만9,700건에 불과해 전년 동기 8만4,583건 대비 29.4% 감소했다.
거래가뭄은 중개업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대 4,000여가구 대단지에서 한 달에 1~2건 거래되는데 중개업소만 30개가 넘으니 일 년에 한 건씩도 못 맡는 꼴”이라며 “새 중개업소 개업은 엄두도 안 나고 직원을 줄이는 1인 사무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새로 문을 연 중개사는 3,339명으로 2015년 이후 가장 적었다. 2월(1,366명)은 동월 기준 역대 최소를 기록하는 등 연초 신규 중개업소 급증 효과도 사라졌다.
봄 성수기인데도 이삿짐센터 역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노원구의 G 익스프레스 사장은 “한창 바쁠 시기인데도 이사 의뢰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한 30건밖에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사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도 “포화상태에서 일감 경쟁까지 치열하니 무리한 저가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배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명의 도배 기술자를 고용할 정도로 규모가 있던 관악구의 S 업체는 “일감이 전년 대비 40~50%는 줄고 재료 값,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기술자를 대폭 줄였다”며 “사장인 본인이 직접 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거래 숨통을 띄워줄 정책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있는 한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및 그 부양가족까지 연관돼 실물경제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