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우드슬랩을 잘 고를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자신만의 나무를 마련하고 싶지만 이 나무가 좋은지, 가격은 적당한 건지, 좋다면 왜 좋은 건지…. 이런 의문들에 막히거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주눅이 들어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저도 자신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전문가로서 우드슬랩 구입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접근방법과 관점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강아지를 맞이하듯 나무를 만나세요
강아지를 데려올 때도 본인이 좀 더 사랑하는 취향이 있을 겁니다. ‘인절미(누렁이)가 ‘세젤귀’야, 아니 난 백설기(흰둥이)가 좋아’라고 하듯 말이죠. 강아지 가운데는 비싼 품종이거나 희귀한 종이라 몸값이 치솟는 강아지도 있겠지만 반려견을 고를 때 ‘이 강아지 얼마야’, ‘저 강아지가 더 비싸’라는 잣대를 대는 분은 없을 겁니다. 결국 대부분은 본인과 눈빛이 맞아 사랑에 빠지는 강아지를 자연스레 데려오시죠.
나무(우드슬랩)를 맞이할 때도 비슷합니다. 각 수종을 마주 보며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고, 자신에게 맞는 스토리를 가진, 자신만의 컬러를 지닌 나무를 만나면 됩니다.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대상으로 나무를 대하면 ‘누구 집에 있는 어떤 테이블’, ‘다른 집 테이블보다 비싼’이라는 관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도 나무에는 많은 수종과 스토리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블랙 월넛, 오크, 참죽, 부빙가, 웬지, 포플러, 클라로월넛, 몽키우드 등 각각의 나무는 품은 이야기도 제각각이고 특성도 다릅니다. 고유의 색상과 나뭇결을 가지고 있죠. 심지어 같은 수종이라도 나무 모양은 모두 다 다릅니다. 그중 인연이 되는 나무란, 내 손길이 닿고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나무일 겁니다.
■수석(水石)처럼 평가받는 나무의 가치
수석이라고 아시나요. 수많은 돌 중 물과 바람에 깎여 독특한 무늬를 품고 있는 돌을 말하죠.
가끔 동물이나 식물 모양도 품고 있는 돌도 있는데 이 돌들은 특히 귀한 대접을 받곤 합니다. 보통 돌들이 무게나 부피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면 무늬가 있는 수석은 무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수십 배, 수백 배의 가치를 인정받죠.
나무도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목자재는 부피 또는 무게에 따라 값이 매겨지지만 결과 컬러, 특수한 무늬들이 표현되면 가격은 몇 배로 뛰어오르죠. 여기다 희소성과 가공의 난이도가 더해지면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나무는 일반 공산품처럼 이건 얼마고 저건 얼마라고 딱 떨어지는 값이 없습니다. 값을 매겨주는 감정평가사(?)같은 직업도 없죠. 때문에 나무를 구매할 때는 대다수가 적절한 값을 치렀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나무를 모두 알고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필요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나무는 수석처럼 남다른 무늬와 패턴이 큰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는 점 정도는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몇 가지 나무의 일반적인 가격대를 알아두면 선택이 한결 쉬워질 겁니다.
■아이 피부 같은 나무 속살 - 마감법에 관해
남녀 가릴 것 없이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요즘입니다. 대부분 ‘아이 피부’처럼 맑고 깨끗한 피부를 원하실 텐데 아이 피부는 사실 연약하기에 특히나 조심스러운 관리를 필요로 하죠.
나무의 자연적인 결, 즉 속살을 예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 피부처럼 잘 관리해야 한답니다. 나무결을 살리기 위해서는 표면 마감을 특히 잘 해야 하는데요. 우드슬랩을 고를 때는 표면이 어떤 방식으로 마감됐는지도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마감에는 수많은 기법과 재료, 방식의 차이가 있고 장단점도 제각각 달라 모두를 살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숱한 복잡한 방식들은 우드슬랩을 ‘만드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고르는’ 분들을 위해선 간단히 ‘도장마감’이냐 ‘오일마감’이냐는 두 가지 차이만 구분해 살펴보시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드슬랩 테이블을 고를 때는 ‘오일마감’을 하길 권해드립니다.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 우선 도장이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식탁이나 목재가구에는 도장이라는 작업을 합니다. 표면을 메꾸고 칠을 하면서 색상이나 원하는 표면의 느낌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죠. 식탁류에 많이 하는 도장으로는 ‘우레탄’ 도장이 있는데 표면이 깨끗해지고 강도가 증가하며 생활 방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다만 경도(단단한 정도)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 경우 탄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일반 목재에는 장점이던 것이 우드슬랩에는 단점이 되는 거죠.
우드슬랩은 MDF 위에 무늬목을 씌운 제품이나 여러 조각의 나무를 붙여 만든 집성보드와 틀려서 주위 환경에 따라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정도가 훨씬 큽니다. 여름과 겨울의 계절의 변화에도 제법 큰 수치적 차이를 내곤 하죠. 우레탄 마감을 했다가는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우드슬랩의 표면이 결국 깨지거나 갈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도장을 하게 되면 페인트, 라커, 니스, 왁스 등의 코팅막이 무늬결을 덮어 보호하게 되므로 광택, 강도는 강해지지만 실제로는 나무 질감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제가 ‘아이 피부’라고 표현한 나무의 질감보다 도장 코팅막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의 질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일마감을 해야 합니다. 오일마감은 기본적인 오염을 어느 정도 지켜주면서 나무의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크랙 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도장마감과 달리 시간이 지난 후 덧칠이나 재작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오일마감의 경우 도장마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1~2년 사용할 게 아니라 10~20년,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나무를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오일마감이 아무래도 용이합니다.
추가로 마감법을 선택할 때는 나무 수종을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앞서 자연목재인 우드슬랩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표면이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지만 소나무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소나무는 나무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 형성된 수종이고 특히 뉴질랜드소나무인 ‘뉴송’은 대중식당 등에도 많이 공급돼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서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스타벅스에서도 뉴송 테이블이 종종 발견되니깐요.
뉴송은 침엽수종으로 한번 건조 과정을 거치면 상대적인 변형이 적은 수종으로 꼽힙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시적인 세포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변형이 적다고 합니다. 산지에서 대량 건조해 대량 도장 작업 후 국내 반입하곤 하는데 국내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많이 사랑받는 고급 수종인 월넛(아메리카 블랙 월넛), 오크 등은 활엽수입니다. 무늬가 아름다운 수종은 활엽수인 경우가 많죠. 이런 나무는 건조하고 마감할 경우 변형이 지속되곤 합니다. 장기간 아끼고 사랑하려면 오일마감을 권해드릴 수밖에 없죠.
끝으로 오일마감을 추천 드리는 것은 우드슬랩 테이블에 한정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일반 가구에서는 여전히 도장마감이 가장 고급스러운 마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나무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들
마감이라는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를 했으니 마지막은 좀 가볍게 가겠습니다.
1. 길이와 폭에 따른 가치
우선 나무의 길의 폭에 따른 가치를 살펴볼게요. 같은 수종의 나무라면 아무래도 크기가 큰 것이 작은 것보단 비싸겠죠? 길이가 길고 단면 폭이 더 넓을수록 나무는 비싸집니다.
그럼 같은 면적을 지닌 비슷한 품질의 나무를 볼 때 긴 나무가 비쌀까요 넓은 나무가 비쌀까요?
역시 정답은 없지만 통상은 넓은 나무(나무 직경이 더 큰)가 비쌀 확률이 높습니다. 굵기는 세월과 관계가 있으니까요. 즉, 220*55cm 나무와 190*75cm 나무가 있을 경우 후자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답니다.
나무의 너비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가끔 ‘평균 폭’이라는 말을 쓰는 곳도 있답니다. 다시 예를 들어 가장 좁은 곳이 50cm, 가장 넓은 곳이 90cm이라 평균이 70cm인 나무와 가장 좁은 곳이 65cm, 가장 넓은 곳이 75cm라서 역시 70cm 나무가 있다면 어느 쪽이 비쌀까요. 정답은 후자입니다. 나무의 가치에서 중요한 외형 치수는 ‘가장 좁은 곳’이 더 넓을수록 더 비싸답니다. 때문에 나무의 크기를 표기할 때는 최소 폭과 최대 폭을 구분해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2. 유절이냐 무절이냐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나간 흔적, 즉 옹이(knot)가 있는 것을 ‘유절’ 없는 것을 ‘무절’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목재에서는 무절을 유절보다 더 가치있게 봅니다. 옹이가 너무 많으면 강도나 미관 상에 문제가 있고 건조도 잘 되지 않거든요. 다만 옹이가 멋스럽게 표현됐고 잘 가공이 돼 있다면 더 비싼 값어치를 하기도 하죠.
3. 한 판이냐 두 판이냐, 그 이상이냐
우드슬랩 테이블 상판이 한 판으로 구성돼 있냐, 혹은 두 판 이상을 붙인 것이냐, 혹은 무늬목을 붙여 우드슬랩 효과만 낸 것이냐.
세 가지 경우는 반드시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명백하게 한 판의 나무가 더 비쌉니다. 두 판 이상의 나무를 붙여 넓거나 긴 판을 만든 자재를 집성목이라고 하는데 기술이 좋아 양질의 집성목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치는 사뭇 다릅니다. 이 경우 어떤 분들은 ‘우드슬랩 타입’이나 ‘우드슬랩 스타일’이라는 모호한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저렴하게 느낌을 낼 수도 있겠지만 차이는 아시는 것이 좋죠.
4. 벌(burl)과 컬리(curly)의 유무
벌은 나무가 자라면서 어떤 영향을 받아 특이한 무늬를 만들었을 때를 일컫는데 ‘나무의 혹’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유는 날씨 등의 환경 변화뿐 아니라 기생충이나 바이러스일 수도 있는데 아주 흔치 않은 무늬를 멋스럽게 나타내는 경우가 많죠. 벌이 나무 표면에서 아름다운 패턴을 그린 경우 나무 가격은 한결 비싸집니다.
컬리는 곱슬한 웨이브를 뜻하는데 나무 표면에 그런 예쁜 결이 있으면 역시 가치가 높아집니다. 자동차 내장제나 악기, 고급 문구류 등에도 자주 쓰이죠.
5. 인위적인 외형 가공의 유무
나무의 모양에서 임의적으로 보기 싫은 부분을 잘라내 모양이 바르지 않거나 나무결 등이 가지런하지 않아 보기 불편하다면 당연히 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자연스런 상태에 정돈된 패턴의 모습을 지닌 나무가 더 값을 받겠죠.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다 적으면 여러분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사람 얼굴에는 살아온 흔적과 표정들이 남는다고 하죠. 나무도 살아온 세월을 몸속에 목리(나뭇결)로 남긴답니다. 수백년 혹은 수천년을 살아온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어느 연도에 가뭄이 들고 어느 때 홍수가 들었는지도 대략 짐작이 간다고 하죠. 오래된 사찰의 기둥을 보면 증축이 있었는지 원래 기둥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알고 나무를, 우드슬랩 테이블을 만나보신다면 좀 더 흥미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가격을 물어볼 때도 요긴한 정보가 되리라 믿구요.
모쪼록 나무를 집에 들이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