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와 용산이 집값 급등으로 통개발(마스터플랜)’ 계획이 보류된 이후 최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는 일대 아파트 재건축이 여전히 ‘올스톱’됐지만 용산은 개별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가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여의도는 마스터플랜으로 묶은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포함된 것이 발목을 잡은 데 비해 용산은 코레일 땅인 용산철도정비창이 계획 구역의 대부분이어서 개발에 장애가 없었던 것이다. 개발 계획을 위해 그은 선 하나가 개별 사업지의 운명을 갈랐다고 볼 수 있다.
7일 서울 자치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와 용산은 똑같이 마스터플랜 보류가 결정됐지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웃고 있는 쪽은 용산이다. 최근 용산에서는 오랫동안 묵혔던 재개발·재건축이 속속 인허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뉴타운 지정 후 16년 만에 한남뉴타운 3구역이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부지 규모 38만 6,395.5㎡, 재개발 후 총 5,816가구가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다. 서울 한강 변에 위치한 용산구 이촌1동 한강 삼익아파트도 조합설립인가 15년 만에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연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근 한강맨션 아파트도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반면 여의도는 모든 개발 사업의 시계가 멈췄다. 서울시와 영등포구청 등에 따르면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가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한 ‘재건축정비구역지정 및 계획 수립안’은 여의도 마스터플랜 보류를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시범아파트와 광장아파트를 비롯해 대교·한양·장미·화랑·은하·삼익·삼부·목화·미성 등 11개 단지도 사업 진척이 전혀 없다.
이처럼 두 지역에서 개발 속도가 차이 나는 까닭은 마스터플랜 구역의 범위가 달라서다. 용산의 경우,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마스터플랜을 짜는 범위 대부분이 한강로3가 일대 44만2,000㎡의 용산철도정비창 용지다. 한남3구역은 미군기지를 사이에 두고 용산철도정비창과 한참 떨어져 있고 한강 삼익이 위치한 동부이촌동도 한강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반면 여의도는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산줄기나 물줄기 등으로 단절되지 않고 모두 연결돼 있다. 여기에 ‘여의도 금융 중심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마스터플랜이 있어 개별 단지 개발이 쉽지 않다.
용산의 경우, 오래전부터 개발이 진행돼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점도 여의도와 차이점이다.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는 정비구역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고, 시범아파트도 아직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단계다.
정비업계에서는 광활한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 여의도 일대의 재건축이 멈춘 것과 관련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는 주민의 불편뿐 아니라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들 지역의 재건축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될 경우 공급이 일시에 몰려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