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는 확실히 빨랐다. 스마트폰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로 측정했을 때 내려받는 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최대 14배 가까이 높았다. 문제는 ‘갤럭시 S10 5G’에서 ‘5G’ 표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통 초기임을 고려해도 계속 LTE로 접속되는 화면을 보고 있으니 30만원가량 더 비싼 단말기 값의 ‘본전’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7일 LG유플러스로 개통한 ‘갤럭시 S10 5G’과 기존 LTE 스마트폰 간 속도를 측정했다. 경기도 고양시 원흥역을 출발해 서울 영등포역까지 왕복하는 동안 지하철과 시내버스, 무궁화호 열차 등 교통수단을 바꿔가며 건물 안과 밖, 사람들이 많은 공공역사와 백화점 등 다양한 조건에서 5G와 LTE를 비교했다.
5G가 비교적 제대로 잡힌 6개 지점에서의 다운로드 속도는 178~441Mbps(초당 메가비트)로 LTE가 기록한 20.3~151Mbps보다는 모든 장소에서 5G가 빨랐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을 통과하는 전철 안에서 5G는 275Mbps, LTE는 20.3Mbps으로 속도 차가 무려 13.5배에 달했다. 고양시 건물 내에서도 5G와 LTE는 각각 441Mbps, 38.8Mbps로 11.4배 차였다. 240메가바이트(MB) 용량을 내려받아 보니 5G로 16초가량 소요됐지만 LTE는 1분이 조금 더 걸렸다. 통신 환경을 좌우하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4배가량 차이로 5G의 속도감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특정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점에서는 5G만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역 인근 버스 안에서는 4.4배, 영등포역 플랫폼(실외)에서는 2.8배 빠른 데 그쳤다. 특히 서울 은평구 구파발 인근(버스 안)에서는 LTE 사용자가 적었는지 5G(178Mbps)와 LTE(151Mbps) 속도가 거의 비슷했다.
파일 등을 올리는 ‘업로드’ 속도에서는 사실상 5G만의 특색이 드러나지 않았다. 고양시 실내에서만 5G 업로드 속도가 60.6Mbps으로 LTE(10.2Mbps)의 5.9배를 기록했을 뿐 서울 시내 대부분 지점에서는 1.3~1.8배 빠를 뿐이었다. 한 1인 방송 운영자는 “실시간 중계방송(업로드)용으로 쓰기에는 LTE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5G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커버리지(영역)였다. 불안정하고 5G와 잘 연결되지 않았다.
고양시 건물 내 5G 최고 속도는 441Mbps로 기자가 실측한 속도 중 최고였지만 수시로 LTE와 5G로 통신망이 바뀌는 바람에 5G 콘텐츠를 제대로 이용하기 힘들었다. 위치를 바꾸고 스마트폰을 다시 켜보는 등 ‘숨은 5G 찾기’ 놀이하듯 5G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를 왕복하는 동안에도 전철 지하구간이나 버스 이동 중 상당 시간이 LTE에 접속됐다. 사람이 많은 서울역에서도 5G 망이 잘 안 잡혔고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고층부는 계속 LTE 표시가 떴다. 5G 전용 VR과 AR을 보려 해도 자꾸 LTE 망에 연결되니 ‘다운로드 후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됐다.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망 전환이 수시로 이뤄져서인지 조금만 오래 폰을 가동하면 손이 따뜻해질 정도로 기기에서 열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5G를 개통한 한 이용자는 “첫날부터 폰을 바꿨는데 아직 ‘5G’ 구경을 못해봤다”며 “서면 등 중심가에 실험해보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5G 전용으로 만든 VR과 AR 영상, 아이돌, 골프, 야구 등 콘텐츠는 확실히 기존 영상과 비교해 수준이 높고 생생했다. 앞서 팝업스토어와 체험존 등에서 맛보기 식으로 경험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성인 전용 콘텐츠나 여행·힐링 분야에서도 개통 초기 충분한 체험을 해볼 만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영상을 5G로 경험하지 못하고 다운로드 후 재생 방식으로 활용했다. 집 안에서는 아예 5G 대신 와이파이로 연결했다. 무제한 용량이 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