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또 다시 내전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한 리비아 동부 거대 군벌이 트리폴리 국제공항을 장악한데 이어 이를 막기 위해 정부군이 공습을 가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연합(UN)이 긴급 중재에 나섰고,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트리폴리를 향한 “일체의 군사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무력 충돌이 본격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이날 트리폴리 국제공항 장악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LNA의 최고사령관인 칼리파 하프타르는 지난 4일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했고, 현재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LNA는 트리폴리에서 0∼50km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엔 지원으로 트리폴리를 비롯한 리비아의 서부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리비아 통합정부(GNA)는 LNA의 진격을 막기 위해 트리폴리로 가는 길목에 LNA를 상대로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 공습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LNA측은 트리폴리 진격 지시 이후 14명의 병력이 숨졌다고 전했다.
리비아가 또 다시 내전 위기에 직면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일 LNA의 기지가 있는 벵가지로 날아가 하프타르 사령관을 만나 긴급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구테흐스 총장의 노력에도 의미있는 결실을 얻는데 실패하면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날 하프타르 사령관을 만난 구테흐스 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무거운 마음과 깊은 우려와 함께 리비아를 떠난다”라는 글을 올리며 중재에 실패했음을 암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 방송은 하프타르 사령관이 구테흐스 총장에게 “트리폴리에 대한 군사 작전을 테러리즘을 격퇴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G7 외무장관들도 5일 하프타르 사령관의 군사 활동에 대해 “유엔이 이끄는 중재 절차를 방해하고, 리비아인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동시에 고통을 연장할 뿐”이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군사 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하프타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이집트 모두 LNA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카이로에서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동부의 하프타르 군벌과 서부의 리비아 통합정부 양쪽 모두와 접촉을 유지했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어느 일방에 신뢰를 쏟으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비아인이 스스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외부에서 부여하는 데드라인 없이 포괄적이면서 사업협상 같은 형태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앞서 이집트 일간지 알아흐람과 인터뷰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과 개헌을 통해 사태를 정상화하려는 로드맵을 추진하는 가살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하며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는 시민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을 몰아냈지만 이후 무장세력들이 난립하며 내전을 겪었다. 이후 유엔 지원으로 구성된 GNA 서부를, 카다피를 따르던 군부를 규합한 하프타르 사령관이 동부를 통치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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