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송보국’의 뜻은 이어져야 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1999년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의 수장에 오른 조 회장은 위기 때마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한항공의 매출은 조 회장 취임 당시 4조5,854억원에서 12조6,512억원으로 늘었고 보유 항공기도 111대에서 166대로 불어났다. 그가 한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인 개척자이자 거목으로 불리는 이유다.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헌신한 공로 역시 익히 알려진 바다. 항공·물류 신화를 일궈온 조 회장의 빈자리가 모두에게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의 별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그룹이 처했던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 탓도 클 것이다. 조 회장은 자녀들의 ‘갑질’ 사태에 휘말려 숱한 검찰 조사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급기야 국민연금의 압력에 못 이겨 20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강제 퇴진하는 수난까지 겪었다. 평생을 항공산업 외길에 투신해온 조 회장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만 그가 오롯이 떠안아야 할 몫일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이런 가족 문제와 별개로 조 회장의 남다른 헌신과 경영성과를 인정하고 리더십 공백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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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진그룹은 수장을 잃었지만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야 한다. 행여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려 세계 10대 항공사의 위상이 휘청이는 사태를 겪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반세기 동안 일궈온 국내 항공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단체들이 “고인이 선대에 이어 평생을 실천한 유지를 이어받아 경제 활력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진그룹도 차제에 대외 이미지 개선을 통해 진정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적항공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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