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다(Change is the only constant)’. IT 기술을 위시한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는 요즈음에도 통하는 이 말은 사실 2600여년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이토스가 한 말로 수 천년 전에 그는 이미 ‘변화는 세계의 원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와 같은 것이 바로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 고전이 전하는 의미를 영어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동서양의 사상과 철학이 서로 맥이 닿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한 집에 사는 비즈니스맨 둘이 책을 냈다. 국내외 기업의 재무 및 인사 컨설팅을 하는 이동춘(왼쪽) 제이에프 컨설팅 대표와 호텔 및 패션유통 IT 솔루션 전문회사인 크레비전 아이엔티 송현진 대표가 ‘고전 영어를 만나다(노북 펴냄)’를 출간했다. 각자 사업을 운영하느라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고전을 영어로 표현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 두 사람을 최근 만났다.
IT업계에 발을 내디딘지 오래되었음에도 왜 종이책을 선택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두 사람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인터페이스는 기록으로 남기기 쉽지 않고, 활용하기에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면서 “주제별로 자료를 정리하는 데는 책의 형식이 익숙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시스코 등 외국계 IT기업을 임원을 지낸 이 대표와 항공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송 대표는 모두 영어가 익숙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3년 전 두 사람은 한국능률협회에서 운영했던 최고경영자를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인 ‘상우재’를 다니면서 동양 고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두 사람은 “사서삼경을 한자 그대로 배우면서 세월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사상과 철학의 고갱이를 만난 느낌”이라면서 입을 모았다. 송 대표는 상우재에서 동양고전을 배우면서 동양고전의 가르침을 영어로 한 문장씩 SNS에 올렸다. 영어에 관심이 많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자주 들른 덕분에 유명 콘텐츠가 되었고, 그들의 응원에 송 대표는 매일 한 문장씩 올리기 시작했다.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영어콘텐츠를 올린송 대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부분이 극복하기 어려운 낯선 영어”라면서 “언어장벽이 사업확장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라는 하소연을 자주 들었다. 동양고전의 영어식 표현이 그들에게는 매일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게 후문”이라고 말했다. 끈질긴 면에서는 아마도 송 대표를 따라가기 어려울 듯하다.
옆에서 그녀의 장점을 지켜본 이 대표는 책으로 엮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천 만원이 넘는 적지 않은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영어로 고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품격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십시일반 출판비를 모을 수 있었다”면서 “영어가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즉각적인 언어적 반응 대신 뇌로 작문을 하는 경우”라면서 영어를 쉽게 생각하고 상대방과 일단 부딪힐 것을 주문했다. 상우재에서 동양철학을 가르친 두 사람의 스승인 박재희 박사는 “공자의 가르침을 영어식으로 표현해 놓고 보니 그의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면서 “영어로 사서를 읽는다는 것은 라틴어를 한글로 읽는 것 이상의 다른 해석학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책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공기업 면접에서 최근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쓴 자기소개서에는 고전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면접에서 질문을 하면 대부분 어디서 인용을 했는지 그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고전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익히고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어로도 쉽게 그 뜻을 전할 수 있다면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이번에 낸 책은 3년간 SNS에 올린 분량의 30퍼센트 정도를 담았다. 두 사람은 내친김에 시리즈로 기획을 해 볼 작정이다. 이 대표와 송 대표는 “독자층을 확인하고 주제별로 어떻게 묶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해 볼 작정”이라면서 “동서양의 고전이 영어로 모두 만날 수 있고, 또 고품격 영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