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 부동산 매각·사업구조 재편도 속도내나

송현동 부지·민속촌·칼호텔 등

장부가액 기준 1조3,000억원

실거래땐 장부가 60~70% 선

보유주식 가치높이기 적극 나설듯

지분 매각해 지분율 떨어지면

KCGI 사업재편안 수용할수도

1015A14 한진



고(故)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 없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한진그룹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사장 등 총수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재편 등을 통해 한진칼(180640) 등 보유 주식의 가치를 높여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

9일 재계와 증권업계,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비핵심 부동산 자산은 장부가액 기준으로 1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비롯해 인천 서구의 율도 항공유 비축기지, 제주도 정석비행장과 제동목장, 민속촌, 칼(KAL)호텔 등이 주요대상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매물로 내놓을 경우 실거래가격은 장부가의 60~7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한진그룹이 연내 매각을 약속한 송현동 부지의 경우 현재 장부가는 3,600억원 정도지만 매물로 나올 경우 5,000억~5,500억원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T사 관계자는 “입지 면에서는 충분히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이지만 문제는 개발 가능성”이라며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면 지금 입에 오르내리는 가격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애초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비핵심자산 매각이 송현동 부지를 제외하고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은 이런 예상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우선 총수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보유 지분은 총 3,543억원 가량으로 이를 모두 물려받을 경우 약 1,700억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유족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제외하고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더라도 상속세의 3분의 1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대한항공이나 한진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무턱대고 매각할 수도 없다. 언제든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장 유력한 상속세 재원 조달 방법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은 주가가 높을수록 대출가능액이 커진다”며 “결국 조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고 과세당국에서 상속세 규모가 확정된 이후부터 한진그룹의 주가부양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매각과 함께 사업 재편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재 28.95%인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떨어지게 되면 KCGI의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KCGI는 주주제안이 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올해 대한항공 주총에서처럼 국민연금(6.64%)이나 제3의 세력이 KCGI와 뜻을 모으게 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와 한진칼은 KGCI가 제안한 사업 재편 안을 추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주총에 앞서 KCGI가 제안한 명분을 없애지 못할 경우 비우호 주주들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진칼의 주총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자격 강화 안건에 대해 찬성 지분이 48.66%에 달했다는 점은 이런 위기감이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지난 1월 KCGI는 한진그룹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호텔 사업과 항공우주사업 부문 분사 후 인력 구조조정을 제안하는 5개년 계획을 제안했다. 특히 호텔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주요 회사의 상장(IPO),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라고 요구했으며 경영진 임금을 삭감해 승무원 등 직원을 10%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한 상태다.

업계에서도 KCGI의 요구를 모두 들을 수는 없지만, 일부는 수용해야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진그룹 차원에서 상속 방안과 함께 추가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장기적인 경영보다는 수익률을 높여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설립의 제1 목적”이라며 “과도하게 요구안을 들어주다간 장기적인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구경우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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