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기업 입 틀어막는 정부

박한신 산업부기자




약 한 달 전 일이다. 한 기업에 생산현장 취재를 부탁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번 취재에는 응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불려갔다가 혼쭐이 나고 돌아왔습니다. 다른 기업에 요청해주십시오.”

얘기를 들어보니 사정은 이랬다. 이 기업과 관련한 다른 기사가 보도됐는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방향이었다. 결국 이 기사가 나가자 산업부 담당자가 기업 담당 임원을 불러 “‘언론플레이’하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 담당자의 난처한 상황이 말투에 묻어났다.


정부의 태도를 듣고 놀라움을 참기 어려웠다.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정부 부처가 해명자료를 내거나 반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도에 새길 만한 점이 있다면 참고해 정책을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다. 기업 담당자를 불러 ‘입 다물라’고 경고하는 게 정부의 일 처리 수준이라면 큰 문제다.

관련기사



정부는 기업에 고용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연초부터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독려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부 정책은 정반대다. 온통 기업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이고 법인세를 올렸다. 한 기업인은 “손발을 묶어놓고 돈 벌어 오라는 격”이라고 했다.

최근 미얀마로 현지 진출 기업 취재를 다녀왔다. 베트남보다도 10년 이상 뒤져 있다는 저개발국가다. 생활 인프라도 열악하고 기후도 취약한 곳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곳의 잠재력을 보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재원은 “생활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자부심으로 현지 발전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며 “단순히 몸담은 회사의 이익만 생각했으면 이곳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세계 무대와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국가를 대신해, 또는 연합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시대다.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처럼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