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최고인민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긴장된 정세’를 언급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대북전략인 제재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대북제재 강화로 통치자금인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북한의 외환보유고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무역센터가 공개한 ‘북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의 수출상위 10개국의 수출 총액은 약 2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8억 5,500만달러, 2016년 27억 7,000만달러 대비 각각 85%, 90% 줄어 미국의 대북제재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북한 경제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제재로 인해 북한이 매우 큰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브라운 교수는 “올해부터는 외화부족으로 인해 수입량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간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핵 및 미사일 실험 도발로 긴장국면을 조성한 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벼랑 끝 전술’을 펴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과 제재해제라는 최종목적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조성해 얻은 외교적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불망나니’ ‘깡패’로 비난하면서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가 비무장지대(DMZ) 최북단까지 출격하는 등 북미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라는 과정을 통해 김 위원장은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렸고 핵 문제 등으로 소원해진 중국,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는 발판도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9일 오후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14기 첫 대의원 회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것이다.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10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 및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 대책하여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심각히 분석”했다며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작년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