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이번 회의에서 기대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폭탄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남북 경협이나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김 위원장은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버티기 작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8일 저녁 개인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올해 상반기 동안은 미북·남북 사이의 현 교착상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며 그 예로 4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 건설 현장과 6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건설 현장 현지 지도 과정에서 ‘속도 조절’을 지시한 점을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삼지연 건설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돌인 2020년 10월10일까지,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는 원래 계획보다 6개월보다 늦은 다음해 태양절 (2020년 4월15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라는 구호를 좌우명처럼 여긴다”며 “북한에서 한 주일 동안에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올해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대상계획 완공시기를 2개씩이나 늦춰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태 전 공사는 공기 연장을 지시한 시점도 주목했다. 최고인민회의를 목전에 두고 이례적 지시가 나왔다는 점에서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노이회담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현실에 비춰 자력갱생의 구호를 전면에 들고 나가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한국에도 제재 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 언론이 4·27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 6·12싱가포르합의와 같은 남북·북미합의 이행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아마 하노이회담 총화 회의에서 하노이회담 전야에 북한이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 제재해제에 너무 집착을 보인 것이 오히려 미국에 약점으로 잡혔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향후 북한은 미북·남북협상에서 제재해제 문제에서 촉박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같은 제재 버티기의 힘으로는 올 초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끌어낸 무상경제지원을 지목했다. 태 전 공사는 이를 통해 북한이 올 하반기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4월11일로 예고된 두 개의 빅 이벤트에 대해서도 개인적 분석을 내놓았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협상 탈퇴와 같은 ‘폭탄선언’을 하겠는가 하는 것인데 김정은이 ‘폭탄선언’을 하면 미국이나 한국보다도 중국의 시진핑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 차마 그런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엄포를 놓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별로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관심이 있었다면 남북회담을 선행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