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 업계의 ‘출혈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하나금융그룹이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며 롯데카드를 품에 안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롯데카드를 품에 안지 못할 경우 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하나카드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김정태(사진) 하나금융 회장의 의중도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 9일 2,6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법적으로는 채권으로 분류되나 만기가 없는 영구채 형태로 발행돼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융상품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자본조달의 목적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공시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비은행 부문 인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오는 19일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한화그룹·MBK파트너스 등과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하나금융은 자본여력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에 근접해 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에 안으려는 것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비중은 지난해 당기순익 기준 20% 수준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비은행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비은행의 ‘맏형’격인 하나카드의 선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카드 업계의 출혈 마케팅에 제동을 걸면서 업계 하위권인 하나카드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가 9일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카드 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할 때 ‘시장선점 효과’ 등을 예상수익으로 포함할 수 없게 된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상품 출시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혜택을 더한 이른바 ‘사장님 카드’가 잇따라 나왔는데 앞으로는 출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8.25%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점유율을 합하면 약 19%로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고객군이 크게 겹치지 않아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여성 회원 비중이 65%에 달하고 이 중 30∼50대 회원이 79%를 차지하고 있어 남성 회원이 더 많은 하나카드와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