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결과가 12일 공개된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신임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다.
최룡해 부위원장은 북한판 ‘금수저’로 불리는 항일 빨치산 가문의 2세대 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인물이다. 항일 빨치산 출신인 최현의 차남으로 그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왔다. 북한의 조직지도부는 한국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혁신처·검찰·경찰·감사원의 기능을 모두 갖춘 곳이다. 즉 북한 최고지도자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에게 맡기는 자리다. 이 때문에 최룡해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 2인자 등으로 불렸다. 이에 더해 이번에 21년 만에 물러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후임으로 선출됐고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말 그대로 ‘핵심 중의 핵심 실세’가 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상임위원장의 외교적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룡해는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 비핵화 협상을 총괄 지휘해온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을 이끌고 대미 협상도 관장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트 하노이 결렬 사태에도 리수용·김영철·리용호·최선희가 국무위원으로 남거나 새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최룡해 부위원장은 기존 대미라인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대미 핵 협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 된다. 이 중에서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북한 내 최고 미국통임에도 지난 2월 말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 “미국의 셈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최룡해 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표적 ‘금수저’로서 제1부상으로 승진까지 했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의 내각 총리 깜짝 발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상징적 지역으로 꼽힌다. 자강도 출신의 김재룡 위원장이 내각 총리를 맡은 것은 북한이 제재 국면 장기화에 대비해 앞으로 자력갱생 버티기 경제정책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은 10일 개최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미 ‘자력갱생’ ‘자급자족’ ‘절약투쟁’ ‘과학교육 강조’ 등 버티기를 위한 내부 예비 총동원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내부 동요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동요 조짐을 차단하는 동시에 버티기 경제체제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이날 회의에서 전체 예산지출의 47.8%를 경제 건설에 투입하고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는 점을 볼 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김정은 정권이 경제 참모 교체를 단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을 논의했으며 이에 따른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헌법을 개정했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세대교체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 신설 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명시되는 조직개편안이 채택됐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헌법 개정에서 국무위원장에게 국가대표직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며 “북한 헌법에 상임위원장 권한으로 명시돼 있는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소환장을 접수한다’를 국무위원장의 권한으로 변경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