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펀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해외펀드에서 자금 유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베트남 펀드에만 나 홀로 뭉칫돈이 몰리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베트남 VN지수가 급격하게 추락했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반등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회복하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에는 올해 들어 922억원(11일 기준)이 순유입됐고 최근 한 달간 303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다른 해외펀드와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뚜렷하다. 현재 해외펀드 중 자금이 들어오는 곳은 베트남 펀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9,20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베트남 펀드는 올해 처음으로 순자산 규모가 2조원대를 넘어섰다. 현재 16개 베트남 펀드의 총 순자산은 2조761억원으로 해외펀드 중 중국(9조 221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됐다.
베트남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13%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베트남 증시 하락으로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5.30%에 그치지만 최근 손실분을 대부분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별 펀드 중에는 ‘미래에셋베트남투자신탁’이 10.25%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리베트남알파’가 10.06%, 삼성베트남증권이 9.90% 등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베트남 VN지수는 올해 초 891선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10.5% 상승해 985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시장이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증권위원회(SSC)는 최근 증권법 개정과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외국인의 주식 소유 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배경 덕에 올해 베트남 증시에는 2,56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는데 이 중 3분의1 이상이 한국 펀드에서 유입됐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도 튼튼하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1·4분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6.79%로 나타나 베트남 정부의 전망(6.6%)을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평균 상승률인 5.7%도 넘어섰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성장률이 12.4%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신흥국들의 전례를 보면 2,500달러 정도에서 본격적인 소비 증가가 일어난다”면서 “현재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300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소비적인 측면에서도 본격적으로 체질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투자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형규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은 변동성이 큰데다 베트남의 경우 짧은 기간 급등할 수 있는 모멘텀은 찾기 힘들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