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츠펀드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 펀드로는 드물게 연초 이후 투자자금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리츠펀드는 부동산 경기 호조에 더해 환차익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어 각광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리츠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리츠펀드와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의 상장리츠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수익률이 뒷받침되자 분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호한 리츠 수익률에 투자금도 몰려=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주요 리츠 재간접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7%로 집계됐다.
올 들어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 리츠는 미국의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미래에셋TIGER미국MSCI리츠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연초이후 수익률이 16.3%였다. 이 펀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리츠 지수인 MSCI US REIT를 추종한다. 유사한 미국 리츠 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투자KINDEX다우존수미국리츠ETF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무려 17.4%였다. 또 미국 상장리츠 투자비중이 높은 한화글로벌리츠펀드도 같은 기간 13.7%의 수익을 냈다. 하나UBS글로벌리츠펀드의 수익률도 13.5%였다.
일본 리츠펀드 역시 최근 수익률이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꾸준히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J-REITs펀드는 연초 이후 6.2%, 지난 1년간 12.3%의 수익을 나타냈다. 한화JapanREITs펀드도 같은 기간 각각 5.6%와 12.8%의 수익을 거뒀다.
수익률이 검증되자 투자금도 늘고 있다. 주요 리츠펀드들에 유입된 자금을 올들어 약 580억원에 달한다. 한화JapanREITs펀드에는 264억원, 한화 글로벌리츠펀드 142억원, 삼성J-REITs펀드 81억원이 각각 연초 이후 순유입됐다. 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 기관에서도 리츠펀드에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리츠펀드 , 150조원 시장에 투자하고 환헤지 프리미엄 ‘덤’까지=해외 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에 설정된 해외리츠 재간접펀드와 해외리츠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이 있다. 직접 해외에 상장된 리츠를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가장 투자규모가 큰 해외 리츠 시장은 단연 일본이다. 일본의 상장 리츠 시장은 2001년 2개의 상장 리츠로 첫 발을 뗀 이후 급성장하며 현재 총 63개의 리츠가 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만 해도 150조원에 달한다. 특히 일본 리츠의 경우 배당 외에도 환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일본 리츠에 투자하는 펀드를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에서 지난 2000년대 초 일찌감치 내놨다. 물론 ‘흑역사’도 있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1조원 가까이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펀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오르면서 장기적으로 연환산 수익률 4~5% 선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률의 기세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박용식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에 상장된 63개 리츠의 경우 시가배당률이 평균 4%가량 된다”며 “이에 더해 환 프리미엄을 1% 이상을 추가로 수익률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하려면 비용이 들지만 일본의 경우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이어서 국내 금리와의 차이만큼 환헤지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워낙 일본 리츠 주가가 많이 오른데다 올 하반기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일본 증시가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급하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유나무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 리츠 시장의 경우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데다 오피스 시장이 워낙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주가 상승 피로감이 쌓여 차익실현 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시기를 분산해서 들어가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리츠는 일본 단일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점도 비중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미국·아시아 리츠에 분산 투자 고려할 만= 미국과 아시아 상장 리츠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데다 호주나 홍콩 등의 선진 아시아 시장의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실제로 올해 들어 글로벌리츠와 아시아리츠 펀드들의 수익률이 일본 리츠펀드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게다가 주식시장보다 더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S&P400지수는 4월초까지 누적 수익률이 14.4%였지만 미국의 리츠인덱스 (FTSE NAReits)는 같은 기간 16.8% 상승했다. 김훈길 하나대투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고점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자본이득보다 배당이득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당분간 리츠를 비롯한 고배당 자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출시된 글로벌리츠 펀드 경우 미국 리츠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다만 미국 리츠의 경우 환헤지 비용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유나무 매니저는 “호주의 경우 인구도 늘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는 등 올해도 리츠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싱가포르나 홍콩도 상업시설의 임대 수익률이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거래소에는 현재까지 총 3개의 해외 리츠 ETF가 상장돼 있어 국내 주식을 사고 팔듯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미국의 상장리츠 지수에 투자하는 ETF 2개(미래에셋TIGER미국MSCI리츠ETF, 한국투자KINDEX다우존수미국리츠ETF)와 싱가포르 리츠시장에 투자하는 한국투자KINDEX싱가포르리츠ETF 등이다. 싱가포르리츠 ETF는 올해 1월29일 상장된 이후 8.65%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