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조기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사회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되자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에 ‘자치권 박탈’을 경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임 국민당 내각을 실각시키는데 협조했던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파의 도움 없이도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화 제스처를 버리고 헌법 수호라는 원칙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14일자(현지시간) 일간지 오이(Hoy)와의 인터뷰에서 카탈루냐 문제와 관련해 “헌법이나 카탈루냐 자치법이 또다시 위반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어떤 도전에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헌법을 지켜야 하는 정부이고, 국가 전체가 헌법을 따르도록 해야만 한다”면서 카탈루냐가 또다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가 했던 것처럼 헌법 제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통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체스 총리의 이런 발언은 취임 초기의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우파 국민당 내각을 중도 실각시키고 작년 6월 집권한 뒤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킴 토라 수반과 전격 회동하고 스페인-카탈루냐의 공동 각료회의를 7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조기 총선을 앞둔 정치 지형이 취임 때와 크게 달라지자 태도를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이끄는 좌파정당 사회노동당은 우파 국민당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 의회에서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파들의 협조로 라호이 총리 내각을 실각시키고 집권했다. 산체스는 그러나 집권 후에는 여전히 하원 제1당인 국민당의 국정 운영 비협조로 소수내각의 한계에 직면하자 지난 2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총선이 다가올수록 사회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승리가 예상되면서 산체스의 카탈루냐에 대한 입장도 변화를 맞게 됐다. 선거를 2주 앞둔 현재 사회당은 각종 총선 여론조사에서 30% 초반대의 지지도를 보여, 과반에는 못 미치더라도 의회의 제1당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회당은 카탈루냐 소수 정파의 협조 없이도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바스크민족당 등 기타 군소 정파들의 세를 규합하면 과반 의석 확보가 유력해 좌파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