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부산·거제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로부터 납품을 계속 받기 위해 기자재 자회사를 정리했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로부터 기자재를 납품 받는 대우조선과 달리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 조달하는 전략을 써 왔고, 이 때문에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은 이번 매각을 반대했다.
현대중공업은 15일 현대힘스를 새마을금고 등이 참여한 허큘리스홀딩스에, 현대중공업터보기계를 팍스톤매니지먼트에 각각 매각했다고 밝혔다. 모두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이다. 현대힘스는 약 1,300억원,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약 8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현대힘스는 2008년 6월 현대중공업 자회사로 설립된 선박 기자재·부품 공급 전문회사다. 선박블록을 주로 제작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에 주로 납품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1,846억원이다.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산업용 펌프와 압축기, 스팀터빈 등 주로 대형플랜트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생산한다. 2016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했고 지난해 약 72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매각에 대해 “건강한 조선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협력업체들과 동반 성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현대중공업이 계열사를 통해 대우조선 납품 물량까지 가져갈 것이라는 지역 협력업체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달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조선사와 협력사 간 상생을 통해 우리 조선산업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공동발표문을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매각 이후에도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술력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해 왔던 조선 기자재까지 협력업체를 통해 100%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들이 ‘기술력 확보→기자재 100% 국산화→더 많은 일감’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의 구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기자재 자회사의 성장에 주력해 왔다면, 이번 매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많은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