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을 극복하고 북미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상응조치로 ‘제재해제’가 아닌 ‘체제보장’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최근 북한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 시정연설 중 중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최용환 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 경제적 보상조치’의 교환(구도)였다면, 북미간 교환할 컨텐츠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전날 ‘군사분야 조치’ 등을 거론하며 “조선(북한)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제재해제가 아닌 체제안전보장으로 북미회담의 프레임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으로 부실한 실무회담을 꼽았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구원은 “(북미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서는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암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하노이 회담의 ‘반면교사’라며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든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말을 미국의 ‘용단’을 기대하는 시한으로 천명한 것은 미국의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연구원은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 천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도 추진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예상했다.
연구원은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를 보면 불만도 있지만 중재자 역할을 더 잘 해달라는 기대감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등의 표현은 문 대통령이 아닌 정부에 대한 비판인 만큼 남측의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구원은 4월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러 정상회담의 주요의제가 비핵화 이슈와 북러 수교 70주년 관련 양국 우호증진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세호 부연구위원은 “이 시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건 북한은 우군 확보가 중요하고 러시아는 글로벌 최대이슈에 관여하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게 중요 동기이기 때문”이라며 면서도 “러시아가 북한이 원하는 것처럼 미국 책임론 등을 주장하며 파격적으로 북한편만 들 수는 없어보인다. 그동안 러시아의 행적을 보면 단계적·병행적 해법과 관련 북한과 공감을 이루는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