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주 제14기 최고인민회의와 관련 “이번 북한의 인사변동을 통해 북한은 ‘제 2인자’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르는 동시에 21년 만에 교체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도 차지해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 전 공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주(4월 8일~14일) 북한 언론동향을 분석한 글을 게재하고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나는’ 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사용하였는데 북한의 당과 국가를 대표하여 정책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라는 기존 공식표현들 대신 ‘나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어 “김일성도 ‘나는’이라는 표현을 내부 회의들에서는 사용했으나 당대회 보고서나 최고인민회의 앞에서 하는 시정연설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당조직지도부가 간부권(인사권), 표창권, 책벌권 등 권한이 막대하고 수령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북한의 최고권력기구 만큼 이 조직을 담당했던 최 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된 것은 권력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최룡해가 북한의 모든 실정을 장악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사절외에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태 전 공사는 최룡해가 아닌 조용원 제1부부장이 북한의 핵심실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들어가는데 당청사로 들어가 북한경제사령탑에 새로 앉은 김재룡을 당적으로 후원해주라는 의미이지 박봉주가 최룡해가 담당했던 조직지도부를 담당한 것 같지는 않다”며 “앞으로 적어도 1-2년 정도는 이번에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 앉은 리만건이 당조직지도부를 이끌 것이며 아마 실권은 김정은을 측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조 부부장에게 많이 쏠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 상반기 안에 열리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안에 정상회담들이 열리기 힘들게 됐다. 대남·대미 외교라인의 협상 폭도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대남라인이든 대미외교라인이든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실무진의 협상폭이 한동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장기전’이라는 표현과 함께 ‘올해 말까지’라는 표현을 혼용한 것은 적어도 상반기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