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5주기 인터뷰]“약속 안 지키는 문 대통령·민주당…책임자 처벌 더 못 미룬다”

장훈 위원장, 김성묵 생존자, 안순호 대표 좌담회

"대통령이 진상규명 한 마디라도 해줬으면…"

"이제는 직접 나설 때..." 특수단 요구 및 고발 진행

"5년 지나도 트라우마 여전, 생존학생들에 미안"

"생존자들, 혼자 있지 말고 차라도 한잔 같이 했으면"

세월호 참사로 아들 준형 군을 잃은 지 5주기를 맞은 아버지 장훈씨는 “다섯 번째 4월 16일일 뿐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처벌받은 공직자들이 없어서다. 그는 “‘5년이나 지났는데 지겹다’라는 말이나 ‘자식들로 시체팔이한다’라는 모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5주기를 기점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더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을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세월호 책임자의 수사·기소를 더 미루지 않겠다는 얘기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장훈씨는 “나중에 죽어서 준형이를 만나 ‘아빠가 너와 네 친구들을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장 위원장과 김성묵 세월호 참사 생존자,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는 세월호 5주기를 맞은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세월호 생존자 김상묵씨(맨 왼쪽부터)가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씨와 장 위원장은 세월호 리본의 색깔인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이호재기자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세월호 생존자 김상묵씨(맨 왼쪽부터)가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씨와 장 위원장은 세월호 리본의 색깔인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이호재기자



◇“문 대통령 약속 못 지켰다…이젠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끝까지 구하다가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한 김성묵씨는 세월호 5주기가 두렵다고 한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들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회의 때 세월호에 대해 한마디씩이라도 해주면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며 “권력을 쥔 사람들인데 그걸 안 해줘서 아쉽고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장 위원장과 김씨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담’ 정책대담회에 참석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장 위원장은 “당 공식행사인데 끝까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을 꼭 끝까지 보고 가달라고 발언문에서도 강조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을 만들고 바꾸는 건 국회밖에 없으니 내 편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밉지만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민주당과 세월호 피해자들은 서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돕겠다고 약속할 때마다 매번 흐지부지해지고 ‘이게 최선’이라고 해명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우리도 법을 만들고 바꾸려면 그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청와대와 국회만 더 이상 바라보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문 정부 들어) 여러 의문들이 밝혀진 점이 있더라도 세월호 책임자들이 처벌 받는 것이 진상규명의 끝”이라며 “문 대통령이 두 번씩 진상규명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앞으로 유가족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호재기자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호재기자


그 중 하나로 세월호 유가족 및 생존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고 책임자들을 직접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먼저 세월호 사건 등을 조사하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수사의뢰를 받을 수 있는 특수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 중앙지검·동부지검 등 지역별로 갈라졌던 세월호 관련 수사를 앞으로 특수단을 통해 한곳에 모으는 방법이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사건인 만큼 일관성 있게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특수단 설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5년 동안 조사권만 가진 특별조사위 활동하는 것에 분명한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유가족 및 생존자들은 국회발 특별검사를 꾸리려 시도하는 것보다 특수단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발동하려면 국회 협의 자체가 어렵고, 특검 기간이 기껏해야 3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기소까지 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앞서 수사를 해놓는 것과 달리 단순 조사만 하다가 특검을 꾸리면 3개월 만에 수사를 끝내고 기소를 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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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16연대 등은 정치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행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상임대표는 “특수단 설치를 요구하는 한편, 세월호 책임자 명단을 정리해 발표하고 국민고발운동을 진행해 416연대가 직접 검찰에 가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15일 416연대 및 가족협의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17명의 세월호 참사 책임자 명단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생존자가 왜 고개 떨구나…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따로”= 특히 장 위원장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만 생존자들이 유가족들에게 갖는 미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생존자가 대신 책임을 지려고 한다”며 “생존자 학생들이 자신과 친했던 친구의 유가족을 두려워하고 피하는데, 그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처벌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 위원장은 나중에 아들을 위해서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그는 “내가 죽어서 아들을 만날 때를 생각하니까 더 크게 행동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씨. /이호재 기자세월호 생존자 김성묵씨. /이호재 기자


김씨는 “희생자들한테도 그렇지만 생존학생들한테도 너무 미안하다”며 “생존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고맙고 대견하다.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생존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지금 혼자 힘들어 하는 생존자들이 많은데 나 역시 활동을 안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의욕적이게 됐다”며 “혼자 감내하려고 하지 말고 꼭 진상규명 활동이 아니더라도 친구처럼 찾아와 얘기 나누고 차 한 잔 마시기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산전수전을 겪어 단단해졌지만 지금도 트라우마가 밀려올 때면 단숨에 무너진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합창단과 연극단 등을 하고, 또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 눈앞에서 사람들이 바닷속에 잠겨가는 모습을 본 생존자들에게 트라우마는 자꾸 눌러도 발현되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그저 보통 감정들로 트라우마를 감싸줄 뿐 트라우마는 아무 때나 보통감정을 갑자기 뚫고 나온다”며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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