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자기 칩 없는 애플, 사실상 '백기'…'5G 패권 놓칠라' 美 정부도 압박

■ 애플-퀄컴 극적 합의 막전막후

퀄컴 '판정승'에 주가 23% 뛰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업체 중 하나인 애플이 16일(현지시간) 퀄컴과 최대 30조원 규모의 특허 분쟁을 일괄 타결한 것은 5G 전쟁에서 후발주자로 뒷방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다급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년간 애플과 퀄컴 사이에 진행돼온 각종 소송이 이날 일괄 취하된 것을 사실상 퀄컴의 승리로 판정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애플이 지난 2017년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제기한 분쟁에서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애플과 퀄컴 간 특허 분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애플 주가는 보합권에 그친 반면 퀄컴 주가는 23% 넘게 급등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양사는 이날 합의에 따라 4월1일자로 애플이 퀄컴에 상당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2년마다 연장할 수 있는 6년짜리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플은 퀄컴의 모뎀 칩을 다시 신형 아이폰 등에 탑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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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5세대(G) 스마트폰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애플이 핵심 모뎀 칩 업체인 퀄컴과의 소송으로 5G폰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가장 컸다”고 보고 있다. 5G 시대를 맞아 관련 모뎀 칩을 생산하는 업체가 퀄컴과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로 국한되는 상황에서 애플이 공급을 요청해볼 만한 곳은 퀄컴 외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라이벌 회사로 공급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화웨이 부품 사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강력하게 만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5G 모뎀 칩을 인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텔의 칩 개발이 늦어지면서 5G 아이폰 출시가 오는 2021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2년 가까이 뒤처지는 것으로 애플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리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 5G 기술을 선도하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도 애플이 퀄컴과 소송에서 일찌감치 백기를 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5G를 내걸며 상용화에 앞장섰는데 애플과 퀄컴 간 소송전은 미국이 5G 분야에서 선두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부추겼다. 인텔이 5G 모뎀 칩을 공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퀄컴과 애플 간 특허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미 통신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것이다. 실제 이날 애플·퀄컴 간 특허 분쟁이 막을 내리자 인텔은 5G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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