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술유출 혐의' 기소된 日기업…강제징용 배상 빌미로 韓 철수

충남에 자회사 둔 '페로텍홀딩스'

"韓 사법부 독립성 없다" 주장

日정부 "사태 엄중…연대 대응"

한국 기업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일본의 반도체 부품 업체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 사법부 판단의 독립성을 빌미로 한국 시장 철수 방침을 밝혔다.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회사가 관련 소송과는 무관한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한국 자회사 철수 결정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NHK 등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도쿄에 본사를 둔 반도체 부품 업체인 페로텍홀딩스는 앞서 지난 15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자회사의 ‘CVD-SiC(실리콘 카바이드 제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철수 이유로 “최근 한국의 일본 기업에 대한 사법 판단 등을 고려할 때 사법 판단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어 현 단계에서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회사는 향후 다른 사업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청남도 당진의 외국인투자산업단지에 있는 페로텍코리아는 2월 한국 기업의 기술을 무단으로 빼돌린 혐의로 전 직원 김모(46)씨 등 3명과 함께 한국 검찰에 기소돼 현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국내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A사에서 근무하다 페로텍코리아로 이직했으며 페로텍 측은 이들이 빼돌린 실리콘 카바이드 링 제조설비 제작기술을 사용해 링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 링은 반도체 칩을 절삭할 때 원형판 아래에 까는 소모품으로 국내 업체인 A사가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씨 등은 해당 링을 만드는 설비의 도면과 운용기술자료를 빼돌려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존 연봉보다 40%가량 높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페로텍코리아 측은 “A사로부터 빼돌린 기술인지 몰랐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페로텍 본사의 한국 시장 철수 선언은 이처럼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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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본 NHK방송은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태평양전쟁 중 ‘징용’을 둘러싼 문제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법 판단에 대한 우려가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사업 지속에 영향을 주는 형태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개별 기업의 소송 건이라 코멘트를 삼간다”면서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며 긴밀히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강제징용)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한일청구권) 협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외려 원고 측 압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해당 철수 건을 같은 선상에서 다룰 생각임을 밝혔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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