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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바쁨이 나쁨이 되지 않도록

‘어쩌면 쉬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과거에 어떤 사람은 무슨 중요한 일을 그리 열심히 하는지 일주일에 ‘월화수목금금금……’을 일한다고 말하기도 했었지. 그 사람 생김새나 언변은 나쁘지 않았는데 금붕어도 아니면서 ‘금금금’이라고 물을 뻐끔대는 듯한 발음을 자꾸 듣고 있노라니 그 사람의 성과마저 신뢰할 수가 없어졌어. 지금도 입만 열면 ‘바빠 죽겠다, 쉴 틈이 없다’고 자랑하는 인간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성석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2017년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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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도 꼭 바쁠 때면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세상의 불효자들은 엄마의 전화에 이렇게 응대한다. “지금 바빠, 나중에.” 엄마들은 “그래, 바쁜 게 좋은 거지. 일해라” 하고 허둥지둥 전화를 끊는다. 그러나 나의 ‘바쁨 유세’를 이렇게 너그럽게 받아주는 사람, 어쩌면 세상에 엄마밖에 없을지 모른다.


1년 365일 노상 바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바쁨은 훈장이다. 자신이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주말도 없이 일하는 자신이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를 은근히 과시한다. 잠깐 쉬거나 일과 관계없는 사람을 만날 때조차도 그는 일 속에 파묻혀 있는 것 같다. 그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조차 미안해질 지경이다. 그렇게 ‘바쁨’이 지나쳐 ‘나쁨’이 돼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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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나 고수와 장인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업무를 소화하지만 고요하다. 업무의 바다에서 징징거리거나 발버둥 치고 첨벙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오수를 튀기지 않는다. 바빠 죽을 지경이 될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

이 책은 성석제 작가가 너덧 장 정도의 짧은 분량에 인간사의 천태만상을 담은 초단편소설집이다. 바쁜 사람들이 후루룩 읽기에도 좋지만 방심했다가는 이내 폐부를 찌르는 문장들이 속출한다. 오늘 나는 몇 번이나 ‘바쁜 타령’을 했나. 나도 모르는 사이 ‘월화수목금금금’ 금붕어가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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