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개원 취소로 정부가 13년간 공들여온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물거품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본유출 제한으로 지난해 말 준공돼야 할 프로젝트가 공정률 절반을 갓 넘은 상태에서 올스톱된 가운데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핵심 시설인 녹지병원마저 개원이 불발되면서 글로벌 의료복합단지를 꿈꿨던 제주헬스케어타운이 거대 흉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는 콘도미니엄·힐링타운 등의 숙박시설과 녹지병원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진 채 지난해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공정률은 53%에 불과하다. 제주헬스케어사업은 중국 내 대형 부동산 기업인 뤼디그룹이 1조5,674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4만㎡ 부지에 병원과 리조트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우수한 의료기술과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연계해 휴양·의료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의료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감소 등을 이유로 자본유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완공 시점인 지난해 12월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공사는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 중 아직 들어서지 않은 시설은 힐링스파이럴호텔(313실)과 텔라소리조트(200실), 웰니스몰(9동), 워터파크 등이다.
지난 2006년부터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겠다며 제주헬스케어타운을 6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추진해온 국토교통부도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녹지병원마저 개설허가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객 수는 2016년 1,585만명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해외여행 증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여파 등 국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2017년 1,475만명, 2018년 1,433만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녹지병원 개원 취소로 제주헬스케어타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경제유발 효과도 현재로서는 기대할 수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조성 중인 JDC는 이번 프로젝트로 △생산유발 1조8,000억원 △소득유발 4,400억원 △고용창출 2만명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강영식 서귀포 헬스케어타운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번 개원 취소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주도의 대외 신뢰도 하락”이라면서 “이제 세계 어느 나라가 제주도에 투자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조성 중인 국토부 산하 공기업 JDC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11일 중국 상하이 본사를 방문해 장위량 뤼디그룹 총재에게 헬스케어 조성사업 재개 등을 요청했지만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추진 중에 녹지병원 개설허가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이며 중국인들이 제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JDC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 JDC 관계자는 “현재는 제주도와 뤼디그룹 간 소원해진 관계를 중재하면서 뤼디그룹이 공사를 재개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