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리 원전 1호기가 해체되기 전이라도 발주할 수 있는 원전해체 사업을 최대한 발굴해 관련 기업을 육성하는 등의 새로운 원전산업 전략을 내놓았다. 원전 전문가들은 정지된 원전을 10~30년 뒤에 처리하면 방사능이 감소해 폐기물 역시 적게 발생하는 데 굳이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적으로도 원전 해체 시장은 원전 건설·운영 시장의 10%도 안되는 부수 산업인데 원전 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처럼 정부가 과대 포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전략에는 지난 15일 업무협약(MOU)이 진행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이 담겼다. 부산과 울산에 본원이, 경주에는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설립된다. 정부는 또 2022년까지 해체 물량 조기 발주, 상용화 연구·개발(R&D)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산·울산·경주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생태계 활성화에도 나선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선진국과 공동진출 후 2030년 단독 진출을 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원전해체시장 톱5 수준까지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전 해체를 서두를 수록 폐기물의 양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2022년부터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해도 그곳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중간저장시설이나 고준위 방폐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원전이 영구 정지한 이후 방사능을 줄이기 위해 15~30년까지 그냥 방치한 뒤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서두를 수록 폐기물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만 따져도 원전 건설·운영 시장은 500조원인 반면 해체 시장은 20조원에 불과한데 대체 산업으로 포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국내 원전(30기) 해체시장을 22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건강기능식품 관련 규제도 대폭 풀기로 했다. 우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신고 없이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사전신고 의무를 폐지한다. 지금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사업자만 건강기능식품을 판매 할 수 있다. 또 기능성에 영향이 없다면 해외에서 제조된 건강기능식품도 수입업체가 변경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수입식품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구매대행업자가 주택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시설 기준을 완화한다./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