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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 항암치료후 수술땐 더 산다

■서울아산병원 비교·분석

생존기간 1.74배 늘어 29.7개월

수술만 받으면 17.1개월 그쳐

주변 림프절·혈관 등을 침범한 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 가운데 항암치료 후 수술군의 평균 생존기간이 수술만 받은 군보다 1.74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종양내과 류백렬·유창훈 교수팀이 지난 2005~2017년 국소진행성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항암치료 후 수술군 135명,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수술군 359명의 생존기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폴피리녹스·젬시타빈 기반의 항암제 치료 후 수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항암치료(평균 3개월) 시작일부터 29.7개월, 수술 후 25.4개월로 집계됐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바로 수술을 받은 359명의 평균 생존기간은 수술 후 평균 17.1개월에 그쳤다.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기간이 항암치료 기간을 포함하면 평균 1.74배(12.6개월), 수술 후 생존기간만 따지면 1.49배(8.3개월) 길었다.

반면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항암치료 후 수술군이 27%로 수술군(38%)보다 낮았다.

간담도췌외과 김송철(왼쪽부터), 종양내과 류백렬·유창훈 교수간담도췌외과 김송철(왼쪽부터), 종양내과 류백렬·유창훈 교수



항암치료 후 수술을 받은 국소전이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국소전이가 안된 초기 췌장암 환자의 일반적인 수술 후 평균 생존기간인 24~28개월과 비슷했다.


그동안 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는 수술이 힘들고 항암치료 효과도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6%도 안돼 ‘절망의 암’으로 불려왔다.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고 수술로 절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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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백렬 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도입돼 항암치료 후 수술 환자의 생존기간이 꽤 늘어났다”며 암이 진행돼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없던 췌장암 환자들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항암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김송철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발견 시기와 상관없이 항암요법 등 적절한 치료 후 수술을 받는 게 좋다”며 “(다른 암에 비해서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췌장암 생존기간과 생존율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에 발표됐다.

막(붉은색)으로 둘러싸여 커진 췌장암 세포들. /출처=미국 국립암연구소막(붉은색)으로 둘러싸여 커진 췌장암 세포들. /출처=미국 국립암연구소


한편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SD) 의대 과학자들이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약제 표적이 될 수 있는 호르몬 수용체를 발견해 과학저널 ‘셀(Cell)’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RORy(retinoic acid receptor-related orphan receptor gamma)로 불리는 이 수용체는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개발 표적이기도 하다.

타니슈타 레야 UCSD 교수는 “췌장암이 면역체계의 신호를 가로챈다는 것을 밝혀냈다”면서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인 약물을 췌장암에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췌장암 세포가 성장하는 동안 RORy의 활성도가 특별히 높아지고 이 수용체를 차단하면 종양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도 확인했다.

췌장암은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미국암협회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1년 생존율은 20%, 5년 생존율은 7%에 불과하다. 췌장암 등 일부 암은 항암치료 초기에 작아졌다가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다시 커지고는 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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