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공채를 통해 각 사마다 적게는 수 십 명, 많게는 100명까지 채용한다. 상품 구조가 어려운 보험업계의 특성상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철저한 공부와 준비는 필수다. 이밖에 면접을 중시하는 보험사, 핀테크 인재를 확보하려는 보험사 등 각 사별로 조금씩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은행권 채용 비리의 여파로 블라인드 면접도 확산되는 추세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현재 삼성그룹 차원에서 실시하는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채에서 삼성화재는 약 100명을, 삼성생명은 30~40명 규모로 채용해왔다. 보험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생명의 경우 디지털금융직을 비중 있게 뽑으며 핀테크 시대를 위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화는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한다. 한화생명은 최근 영업관리(개인영업), 법인영업, 경영지원(보험심사·브랜드전략 등), 글로벌(해외사업·신사업개발), 자산운용, 상품계리 등 직무별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다. 실무면접과 임원 면접을 거쳐 6월 초 50여명의 합격자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63초 자기소개 동영상’을 이용한 특별전형을 통해 다양한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소개서 대신 영상으로 지원 동기와 관련 직무 역량, 입사 후 포부 등을 전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한화손해보험도 1주일 간의 심층 면접을 실시하는 등 ‘자소서’와 ‘스펙’만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인재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교보생명은 하반기 100여 명 규모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창립한 후 민족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념을 지켜온 기업인 만큼 지원자의 협동심, 성실성, 정직성 등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혁신금융 시대에 걸맞는 도전정신을 겸비한 지원자도 환영이다.
KB손해보험, KB생명은 지난해 각각 수 십 여 명 규모로 채용을 마쳤으며 하반기 중으로 2020년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해상도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이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35명)로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생명도 상반기 공채는 없으나 “6월께 계리 인턴십 운영을 검토 중”이라며 “세부 사항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이 속한 NH농협금융그룹은 기본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올해 공채부터는 자소서에 디지털 관련 경험과 자격 등을 적을 수 있게 됐다. 직무능력검사에서 디지털 분야 지식 등을 측정하는 문항을 만들고 면접전형에는 디지털 관련 전문가도 면접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조직의 생사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 푸르덴셜생명은 오는 5월31일까지 여성 세일즈매니저를 모집한다. 세일즈매니저는 푸르덴셜생명 설계사인 라이프플래너(LP)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중간관리자다. 4년제 정규대학 졸업·2년 이상의 직장 경력자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보험영업 이력이 없는 경력단절여성도 지원 가능하다. 푸르덴셜생명은 여성 영업조직의 성장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여성 세일즈매니저 특별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보험사 취업을 노린다면 보험사 직무에 대해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보험은 상품 구조 등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다른 지원자들보다 좀 더 준비가 돼 있는 지원자라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보험사의 직무는 크게 영업관리·상품·자산운용·경영지원·보험심사·정보기술(IT) 등으로 나뉜다. 영업관리는 보험사의 핵심인 설계사를 채용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다. 시장분석과 지점 영업전략 수립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지점장, VIP고객상담 부서, 방카슈랑스·법인영업 관련 부서에서 영업관리 직무를 맡고 있다. 상품은 보험 소비자들이 원하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 수립, 안내 자료 제작과 판매 성과 분석까지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상품 기획·개발, 마케팅 등의 부서에 소속돼 이 같은 업무를 맡게 된다. 보험 심사는 보험계약 심사 기준 수립, 보험금 심사 등의 업무가 해당된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자산운용 업무는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주식·채권,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업무다. 경영지원은 경영 전략에 따라 회사 전체의 비용 계획을 수립하고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인사·홍보·기획 등 회사 전체를 들여다봐야 하는 업무가 중심이다. IT는 회사의 IT, 전사자원관리(ERP) 등 시스템 구축·운영을 지원하는 IT운영·보안관리 부서다. 최근 보험업계에도 핀테크 열풍과 함께 챗봇, UX, 고급분석, 개발 등 IT 관련 인력은 수시채용하는 기업들이 많아 관련 분야의 취업준비생이나 경력자라면 자주 챙겨볼 필요가 있다.
한편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채용 등도 확대되는 추세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등의 영향으로 자체적인 채용 기준안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만든 자율규제안인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에 따르면 성별·연령·학력·지역·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되며 면접전형에서 면접자에 대한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
또 선발 과정에서 전문가·전문기관이 참여하거나 채용자문위원회 등 별도 기구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삼성화재·교보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오렌지라이프 등이 이 규준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채용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모범규준안을 따르거나 자체적으로 채용 기준을 개선하는 보험사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