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수요 감소에 붕괴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억지 요구만 내놓으며 파업으로 달려가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춘투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최근 현대차 노조 소식지에 올린 글에서 올해 임단투(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투쟁)에 대해 예년보다 더 강력한 투쟁을 통해 결과물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통상임금해법, 인력 충원,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이슈들을 대부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 시한을 추석 전으로 못 박았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GM의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이하 GMTCK)도 출범과 동시에 파업의 위기에 처했다. 부분 파업 7개월째를 이어가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는 생산절벽에 일감이 떨어져 임금이 줄어들며 노조원 절반 이상이 파업 현장에서 이탈했지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통상임금 이슈를 가장 우선 제시하며 기아차 통상임금 해법과 같은 수준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달리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된다’는 이유로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다. 이와 함께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25년까지 1만7,500명에 달하는 정년퇴직자에 대한 정규직 1만명 충원, 정년연장, 임금 및 성과급 등 다양한 의제로 다음달 8일 임시대의원대회 시작으로 사업장 내 이슈가 아닌 국내 전체 노동계 안건도 올해 임단협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해 국회 입법 이전 정부에 비준안 의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무기한 총파업’도 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칫 기업의 임단협이 외부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GM의 신설법인인 GMTCK 노조는 기존 단협 승계 여부를 두고 사측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GM 노조와 GMTCK의 노동쟁의 2차 조정회의를 마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한국GM 노조는 22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결정될 경우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과 GMTCK의 단협 승계 문제 등이 맞물려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업 불참자가 전체 노조원의 57%로 절반을 넘어서며 파업의 명분을 잃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는 신차배정 무산 위기 속에도 부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7개월간 58차례에 234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파업 불참률이 53%까지 떨어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쌀통에 먹을 쌀이 떨어졌는데 밥투정을 하며 밥상을 걷어차고 있다”며 “일감이 떨어지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임단협을 앞세운 ‘투쟁노선’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붕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대수는 402만8,834대로 400만대를 겨우 턱걸이했다. 한창때인 지난 2012년 456만1,766대와 비교하면 11.7%가 줄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1·4분기 생산량이 95만여대로 자칫 올해 총 생산량이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결국 자동차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기본적인 자동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마케팅 활동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경우 자동차 생산 비용이 크게 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매출(개별 기준) 대비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14.84%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한창 잘 나갔던 2010년대 초 인건비 비중은 14% 초반대였지만 2016년 15.2%로 껑충 뛴 후 지난해 소폭 하락했다. 반면 현대차의 매출(연결 기준) 대비 연구개발비는 2013년 2.1%에서 지난해 2.8%로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이 파업하면 하루에만 손해가 몇 천만원씩 나게 된다”며 “올 들어 자동차 노조에 ‘강성’ 기운이 확산되는 것이 장기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