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현금 복지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가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지역의 모든 대학생에게 본인 부담 등록금의 50%를 주겠다는 것인데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금 복지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를 낳으면 나눠주는 출산지원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 중 92%(224개)가 아동수당과 유사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7,000억원의 현금지원이 예산으로 책정됐습니다.
본지가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신설·변경된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실적’ 자료를 보면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현금살포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올해 1·4분기까지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완료된 사회보장사업 총 258건 중 95%(246건)가 현금으로 지급됩니다. 지역별로 명칭만 다를 뿐 청년과 노인들에게 주거비·교통비 명목으로 현금을 쏟아냅니다.
예를 들어 전북 장수군은 결혼축하금으로 현금 1,000만원을 주고, 서울 금천구는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1인당 30만원의 교복구입비를 지급합니다. 경남 진주시, 전북 정읍시는 신혼부부 전월세자금 대출이자를 연간 최대 100만원씩 지원합니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3년 이상 도내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이면 소득·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1년에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 기본소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경북 영주시와 전북 임실군은 노인 목욕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 사하구는 토익시험 응시료 지원을 계획 중입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현금복지 사업을 펼치는 건 주변 지역에서 시행하면 ‘나도 질 수 없다’는 식으로 선심성 정책을 꺼내는 요인이 큽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역 인구를 유지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10~20% 수준에 그치는 지자체들까지 덩달아 복지 도미노에 동참하는 점입니다. 또 같은 도시여도 사는 지역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해 불만이 나옵니다.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혹은 변경하려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업 타당성과 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합니다. 신청 대비 허용 건수를 보면 2015년 361건 신청에 291건이 허용돼 80.6%, 2016년 1,071건 중 878건으로 81.4%의 통과율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올 1·4분기에는 543건 중 251건의 도입이 확정됐고 철회 및 반려는 10%에 그칩니다. 지자체에서 중앙정부에 신청하는 복지사업 10건 중 9건이 허용되는 ‘프리패스’인 셈입니다.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서울시 중구의 공로수당, 경기도의 청년연금처럼 지자체가 유사 중복 형태의 ‘헬리콥터 복지’를 쏟아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제동을 걸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오히려 지자체장들이 무분별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하자 복지부와 협의에 나선 지자체 공무원들이 뒤로는 사업을 제지해달라고 하는 진풍경도 벌어집니다. 지자체장이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이 들고 오면서 중앙정부가 합리적으로 막아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현금을 나눠주는데 마다할 이는 없습니다. 비난이 쏟아져도 정치인들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며 뒤에서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급성과 지속 가능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단발성 복지여도 한번 시작하면 철회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래 지자체의 ‘곳간’이 텅 비게 될까 우려됩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