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규제 샌드박스로 눈을 돌렸던 바이오벤처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벤처업계의 숙원사업인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체검사와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려면 복지부의 시범사업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하는 등 ‘옥상옥’ 규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2일 바이오벤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부와 복지부는 DTC 유전체검사 업체 대표 5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을 받으려면 복지부가 제시한 100여개에 달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만큼 상위권 몇 업체를 제외하면 신청이 불가능하다”며 “규제를 풀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복지부 인증 여부는 국민 건강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산업부가 복지부에 백기를 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월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복지부가 “(산업부로부터) 실증특례를 받더라도 다시 복지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이 두 달 만에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제동이 규제 샌드박스 적용기간인 2년 후에나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던 업계의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복지부의 시범사업 인증은 발표 당시부터 100개에 달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업계의 반발이 심했다. 일부 군소 업체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해왔다. 업계 1위이자 규제 샌드박스 1호 신청 업체인 마크로젠이 1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당시에는 이러한 조건이 붙지 않았기 때문에 되레 규제가 강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이렇게 쉽게 복지부의 요구에 굴복할 줄 몰랐다”며 “칸막이 규제를 대폭 없애고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겠다던 산업부의 ‘규제 샌드박스’로 눈을 돌렸지만 이번 통보로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