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당국자가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연장 불허조치 관련 “한국의 피해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한국도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란 폭넓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이란 최대 압박 조치로 북한에 간접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냐’는 질문엔 회피하는 듯했지만 북한과 이란을 나란히 핵확산 주범으로 꼽으며 간접적인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금지 예외조치 연장 불허를 발표한 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과 아주 강한 동맹”이라며 “(한국이) 경제적 피해를 보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훅 대표는 “(미국처럼) 한국도 이란이 핵무기를 얻거나 중동 지역에서의 미사일 확산을 원치 않는다”며 한국과 ‘더 평화롭고 안정적인 중동’이란 폭넓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
훅 대표는 한미 동맹과 관련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동맹에는 한 가지 이슈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한국과 협력해왔다”며 “우리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의 이란의 행동을 바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미국, 카타르도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생산국이고 (한국 등에 구매처를 바꿀) 많은 시간을 줬다”면서 “우리는 공급에 중단이 없도록 한국과의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 연장 문제를 논의해 온 프랜시스 패넌 국무부 에너지·자원(ENR) 차관보도 이날 “한미 간 동맹은 분명히 지속적이고 이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연장 불허 조치가 한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훅 대표는 ‘이번 조치가 북한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있느냐’는 질문엔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비확산과 미사일 확산에 아주 진지하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북한과 이란은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두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란과 북한)은 아직 핵보유국이 아니고 (그들이)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하고 싶다”면서 “이전과 다르게 하지 않으면 북한이 이미 (핵·미사일 실험으로) 이룬 걸 이란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 당국자가 이번 조치와 관련 북한을 겨냥한 것인지 확실히 하지 않았지만, 이란과 북한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면 우회적으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를 5월 1일까지만 유지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예외를 인정해줬던 것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