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행 열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우군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중·러의 존재감 확대를 통해 동북아에서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포스트 하노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지도 모를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하여 곧 러시아를 방문하시게 된다”며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와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회담이 진행되게 된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이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장소 등을 알리진 않았지만, 최고 지도자에 대한 방문을 대내외에 사전 예고한 점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시기는 알려졌지만 관련 일정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다만 정상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언론은 김 위원장이 대학 내 호텔에서 머물 계획이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도 이곳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실제 교도 통신이 전날 극동연방대학에는 양국 국기 사이에 한글과 러시아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간판이 반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를 반영하듯 극동연방대학 주변에 대한 경호도 삼엄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루스키 섬으로 향하는 다리만 막으면 극동연방대학은 완전한 요새가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극동연방대학에서 24일 푸틴 대통령과의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간 뒤 25일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25일 오후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및 근교를 시찰할 가능성이 크다. 외신과 현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찰 예상지로는 김창선 부장이 사전 점검한 마린스키 극장(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연해주 분관과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근교의 우유 공장이나 초콜릿 공장 등이 꼽힌다. 또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8월 방러 당시 묵었던 ‘가반’ 호텔이나 부친이 당시 방문한 빵 공장 ‘블라드흘렙’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아울러 러시아 최대 규모인 프리모르스키 오케아나리움(연해주 해양관)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도에 오른 김 위원장은 전용기인 ‘참매’보다는 전용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25일 극동연방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거리는 약 1,200㎞다.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나진을 거쳐 러시아 하산으로 국경을 넘은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 이동에 20시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23일에는 김 위원장이 방러 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및 시찰 일정을 마친 뒤 26일 다시 전용열차 편으로 귀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