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공식 발표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위해 사전에 일정을 공지하지 않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러 행보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며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의하여 곧 러시아를 방문하시게 된다”며 “방문기간 김정은 동지와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회담이 진행되게 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용기 ‘참매-1호’가 아닌 특별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24일 새벽 북러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신문은 정상회담 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이고 김 위원장은 대학 내 호텔에서 묵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러 경제협력 및 식량 원조와 양국 우호관계 증진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 육군대학 전략연구소(SSI)의 스티븐 J 블랭크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밀가루 10만톤 등 대규모 대북 지원을 통해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한편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과 러시아천연가스관 사업의 이권을 북측으로부터 얻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