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GM 1년만에 또 파업 가나

노조82% "쟁의행위 찬성"

한국GM 노조가 경영정상화 계획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다시 파업을 벌일 태세다. 쟁의행위에 들어간 연구개발(R&D)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단체협약이 깨질 경우 파업의 여파는 한국GM 전체를 덮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R&D 인력이 파업할 경우 내년 신차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어 본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조는 22~23일 이틀간 소속 노조원 2,06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2.6%의 찬성률로 파업권을 얻었다고 밝혔다. 파업투표는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열흘간의 조정 끝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시행됐다. 찬성률이 과반이면 합법적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만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67명(투표 기준)은 사측과의 협상 결렬 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사측과의 추가 협상에서 단협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교섭을 대리한 금속노조 한국GM지부와 일정을 조율해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간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하면 간신히 되살린 경영정상화의 불씨는 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 등으로 판매가 크게 감소했던 한국GM은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2.4% 증가한 6,420대를 판매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노사 모두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라 협상의 여지는 있는 상태다.



[한국GM 1년만에 또 파업 나서나] 후진없는 노조…경영정상화 제동 걸리나

R&D 법인 쟁의행위 돌입

내수 판매 회복중에 ‘찬물’

내년 SUV 출시 일정 차질

美 GM 본사와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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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에서 법인 분리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파업권을 획득하며 부평공장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측이나 노조 모두 파업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82.6%의 높은 파업 찬성률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조합원들의 강한 파업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한국GM은 신차 출시 등에 차질을 빚으며 경영정상화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군산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2월 28일 노사는 상견례를 한 순간부터 노조와 사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당초 법인분리 이후 2사 1 노조를 주장하며 생산법인인 한국GM의 단체협약을 R&D 인력 중심인 GM테크니컬코리아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여기에 △신설법인 근로자 전원에 관한 고용유지 확약 △조합비 공제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정반대로 단협 133개 조항 중 70개 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연구개발 등 사무직 중심인 신설법인의 단협이 생산법인과 동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또 △차등성과급 도입 △징계범위 확대 △정리해고 일방통보 △노조활동에 대한 사전계획서 제출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확한 문구를 말하긴 어렵지만 노조의 주장대로 해고 일방통보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결국 GM테크니컬코리아는 분리된 지 3개월 만에 파업으로 업무가 정지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천 한국GM 부평공장./서울경제DB인천 한국GM 부평공장./서울경제DB


GM테크니컬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하면 경영정상화 1년 만에 회생의 불씨가 보이는 한국GM 생산법인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지난해 말 파업 여파 등으로 올해 1월 내수 판매가 5,053대로 지난해 12월 대비 반토막났다. 하지만 경쟁사인 르노삼성자동차가 연초 이후 파업 강도가 세지며 판매량이 떨어지자 지난달 내수판매량이 6,420대로 지난해에 비해 반등했다. 특히 르노삼성의 SM6와 경쟁하는 중형세단 말리부 판매량이 지난 3월 1,183대로 전년보다 30.1% 폭등했다. 한국GM은 연초 말리부 판매부진으로 부평 2공장의 가동률 줄일 예정이었는데 최근 판매 반등에 이 계획마저 수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GM 계열인 GM테크니컬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하면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판매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걱정은 R&D 법인 파업으로 미국GM 본사와 겪을 마찰이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설립은 애초에 국내 법인인 한국GM의 파업 등과 관계없이 글로벌 일정에 맞춰 R&D 활동을 해 경영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설립되자마자 파업에 돌입하면서 모든 경영정상화 일정이 어그러졌다. 우선 산업은행과 미국GM의 약속에 따라 내년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 나올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출시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신차에 대한 R&D도 동시에 멈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약 64억달러(7조 3,000억원)을 투입하며 경영정상화를 약속한 미국GM과 한국GM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 한국GM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뿐더러 글로벌 시장 판매 계획도 못 추게 되면서다.

부평 2공장도 문제가 된다. 30% 이하로 떨어진 부평 2공장은 신형 SUV가 1공장에서 올 하반기 생산되면 기존 물량인 트랙스를 들고와서 생산할 예정이었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해 계획이 틀어지면 한국GM 생산마저 수렁에 빠진다. 이에 사측은 노조와 추가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조와도 협력적 관계를 통해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부터)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부터)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노사가 극단을 치달을 경우 생산법인인 한국GM도 연대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국GM 노조 내부에서는 이 같은 강경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연구소 없는 생산 현장은 하청 업체와 다를 바 없고 결국 힘의 논리는 한국GM 생산법인의 현장 파업”이라며 “연대 투쟁으로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지도부에 요구하고 있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파업에 돌입한 후에도 사측과 별다른 논의가 진척되지 않을 경우 한국GM 생산법인도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R&D와 생산이 모두 멈추는 것으로 한국GM은 말 그대로 1년 만에 경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빗어질 수 있다. 올해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예정인 생산법인과 사측이 임단협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업계는 한국GM 노조가 임단협 전에 GM테크니컬코리아와 연대투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별도법인이기 때문에 한국GM 노조는 자체적인 쟁의권이 있어야 한다”며 “쟁의권 없는 파업은 불법이 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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