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1조 6,00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1조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자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사인을 보내 시장을 안심시키고 원활한 매각까지 염두해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호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의 대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23일 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아시아나항공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지원방안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영구채는 자본 확충용으로 5,000억원 규모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700% 초반대로 떨어뜨릴 수 있는 규모다. 채권단이 인수하는 영구채에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붙어 있다. 이는 금호산업 주도로 진행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차질을 빚을 경우를 대비한 차원이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출자 전환하면 채권단 지분이 33% 정도 올라가 M&A를 주도할 수 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8,000억원 규모의 신용한도도 제공한다. 신용한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앞으로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매각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신용 경색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채권단은 신용보강의 일종인 스탠바이 신용장(LC) 형태로 3,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신용장은 항공사들이 해외 금융사로부터 항공기 리스를 할 때 금융권이 지급하는 신용 보증이다. 산은은 신용한도와 신용장 보증 등을 통해 지난달 22일 회계쇼크 이후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항공기 운항 차질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 측과 매각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을 임의의 조건대로 처분할 수 있는 내용의 특별약정도 체결했다. 산은 관계자는 “1차 매각이 무산되면 구주 중 일부만 팔거나 구주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든지 하는 것을 채권단이 제안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융지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금호고속에 대한 대출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에 브릿지론 형태로 1,300억원을 지원한다. 박 전 회장 측이 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혹시나 금호고속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돼 매각 주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채권단이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고속의 금호산업 지분 담보 대출의 만기가 오는 25일”이라며 “2금융권에서 받은 담보부 대출을 1금융권으로 대환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금융지원이 시중은행의 불참 속에 산은과 수출입은행 주도로 이뤄져 자칫 매각이 지연될 경우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는 총 1조6,000억원의 금융지원은 산은과 수은이 7대3의 비율로 공급한다. 두 기관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여신은 총 6,800억원 규모다. 산은이 4,800억원, 수은이 2,000억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금융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빠른 속도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금융지원이 매각 성사를 전제로 짜여진 만큼 시장에서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되레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