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재계, 표준감사시간제 반발]"감사시간 증가보다 비용 더 늘어" 기업들 불만

4대 회계법인과 재계약 5곳 모두

"의무사항 아닌데 한공회가 강행"

금융위는 "준수할 최소기준 아냐"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A 대기업 계열의 금융사는 올해 감사시간 1만7,000시간, 감사 보수 17억원으로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과 3년 단위 계약을 갱신했다. 감사시간은 지난해 1만204시간보다 167%, 보수는 9억원보다 189% 각각 증가했다. B 대기업 지주회사도 올해 감사 보수가 전년 대비 159% 늘어난 5억9,000만원, 감사시간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5,960시간으로 계약을 갱신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을 전후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과 감사 계약을 갱신한 주요 상장사들의 올해 감사 비용(보수)이 감사시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단위의 계약 기간 중 올해 2~3년 차에 접어든 상장사에도 회계법인들이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을 이유로 감사시간·보수(비용) 증대를 요구하는 등 표준감사시간제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상당수 상장사는 지난 2월 도입된 표준감사시간제가 회계 투명성 제고보다는 감사 보수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준수 의무가 없는 참고 사항임에도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소속 회계법인들을 통해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다른 대기업 C사의 경우 올해 감사 보수가 12억원으로 171% 늘어 1만2,500시간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한 감사시간 증가율을 넘어섰다. 다른 상장사 D사도 올해 감사시간이 2,231시간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한 가운데 감사 보수가 2억1,000만원으로 175% 늘어났고 E사 역시 전년 대비 감사 보수가 181%, 감사시간은 168%으로 각각 증가했다. 계약 갱신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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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한 상장사의 관계자는 “감사시간이 표준감사시간에 현저하게 미달하면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직권으로 지정하게 되고 한공회 회칙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이유로 회계법인들이 감사시간·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원회가 표준감사시간을 준수해야 할 최소 기준으로 정하지 않았고 감사시간이 표준감사시간보다 현저하게 적은 경우의 해당 여부 역시 개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는데 한공회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공회는 표준감사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소속 회계법인을 제재하는 내용의 회칙 개정안을 마련해 금융위에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표준감사시간이 최소 기준이 아니라는 방침이어서 한공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 위반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한공회와 협의 중”이라며 “표준감사시간이 최소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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