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의 전격적인 발표 왜?

삼성의 전격적인 발표 왜?

30일 실적 발표 앞두고 조율했을 수도

24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날 아침에도 “발표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만큼 의외였다. 특히 이달 말 정부가 비메모리 산업 육성 대책을 내놓는 만큼 삼성 차원에서는 별도의 대책 발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었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공개석상에서 비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을 언급한 만큼 정부 대책이 나오기 전에 삼성이 미리 발표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때도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발표 내용을 기재부 측 실무자들과 사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삼성 측에 투자를 구걸했다는 논란이 벌어지자 삼성전자는 김 부총리의 공장 방문 이틀 후로 대책 발표를 미루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비전을 정부 대책과 함께 발표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애초부터 정부 정책 발표 일정과 다르게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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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는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정부 부처의 반도체 산업 관련 실무자들도 “삼성의 발표 사실 여부 및 내용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재계와 청와대 간의 거리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은 권력 심부와 ‘불가근불가원’한 입장을 유지하는 게 괜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삼성의 추후 일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30일 1·4분기 최종 실적을 공개한다. 만에 하나 이달 말로 알려진 정부의 비메모리 대책 발표도 30일에 나올 경우 비메모리 대책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발표가 조금 앞당겨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발표가 청와대와 조율된 것인지는 극히 일부 인사만 알지 않겠느냐”며 “삼성으로서는 30일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이 잡혀 있는 만큼 비메모리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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