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밝게 웃는' 김정은 띄우는 북한 매체…대내외 자신감 과시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하노이 핵담판 결렬 직후 굳은 표정과 대조

전통우방 러시아 방문계기 이미지 반전 시도

北 주민엔 권위 세우고 외부엔 자신감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부터 러시아 방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띄우기’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부터 잔뜩 굳은 얼굴이 대내외 공개됐던 데서 이미지 반전을 꾀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중국과 함께 전통적인 우방으로 꼽히는 러시아를 김 위원장이 초청을 받는 형식으로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 주민들에게는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세우고, 외부에는 대외 행보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우리 원수님!’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 방문과 3월 베트남 ‘공식친선’ 방문에 이어 4월 또다시 “역사적인 러시아 방문의 길에 올랐다”며 “사랑하는 인민들에게 이 세상 제일 큰 행복을 안겨주고 싶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신문은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 일정에 대해 “오로지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라며 그가 하노이 귀환 이후 지난 4월 초 백두산 아래 삼지연군과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 건설장을 찾는 등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해주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 3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친선 방문 일정 등을 소화했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다시 집권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은둔국가에서 정상국가로 지향점을 바꾼 이래 외부 행보가 점점 잦아지는 모습이다.

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계속 되는 외국 방문이 이런 ‘헌신’에 따른 것이어서 북한 주민들도 그때마다 “열화와 같은 그리움이 심장 속에 불타오른다”며 최고 지도자와 주민이 ‘일체’임을 강조했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회담 실패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세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대내외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사진 속 모습과 일정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24일 전용열차 편을 통해 국경을 넘은 후 하산역 인근의 ‘김일성의 집’ 박물관을 방문했다. ‘김일성의 집’은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1986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국경을 맞댄 하산 지역에 설치됐다.

관련기사



이곳에서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김 위원장에게 환영 음식인 빵과 소금, 꽃다발을 건넸고,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상당히 밝은 표정으로 이들에 응했다.

24일 하산역 환영 행사에서 빵과 소금 맛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24일 하산역 환영 행사에서 빵과 소금 맛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러시아 언론의 즉석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방식으로 자신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려시아 국영 TV 채널 ‘로시야1’과 단독인터뷰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며 향후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지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또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나가는 데서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사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24일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사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직후 양국 국가와 러시아 민요 까로부쉬까 등이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러시아군을 사열했다. 이후 숙소와 회담장이 있는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 공조 방안, 양자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는 북한의 경제통인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외교 핵심라인인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수행한다.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