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는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죠. 360여개의 우주회사에 1만6,000여명이 종사하며 연간 44억유로(5조6,700억원)가량 수입(revenues)을 창출해요. 이 가운데 3분의1이 중소기업입니다.”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의 베르나르 루치아니(사진) 아시아총괄은 25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60여년 전 창설된 CNES는 일관되게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민간에 대한 기술이전이나 금융투자 등을 통해 우주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산업이 산업 전후방의 연계 효과는 물론 앞으로도 희귀자원 채취, 관광·에너지 산업 등 경제 파급효과, 국가안보와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는 얘기다.
루치아니 총괄은 올해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오는 5월1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미래는 우주다’를 주제로 개최되는 ‘서경 우주포럼’에서 ‘유럽 우주정책과 민간 우주개발’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CNES와 유럽의 우주개발 정책과 방향을 소개하며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이 포럼은 5월14~16일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한 ‘서울포럼 2019’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루치아니 총괄은 “최근 지구관측이나 항법 등 우주 데이터를 지상의 데이터와 융합하는 우주 스타트업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며 “프랑스는 CNES를 통해 기업에 전기추진 시스템 등 특허기술을 이전해왔고 우주기업을 위한 기금과 펀드를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미리보는 서울포럼2019]“우주는 경제외교의 강력한 도구…국가 차원 컨트롤타워 필요”
■우주포럼 기조강연 루치아니 佛 CNES 아시아 총괄 인터뷰
“우주는 외교, 특히 경제외교의 강력한 도구입니다. 달과 화성 등 우주개발은 과학적 관심을 넘어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있어요. 한국의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우주기구(우주청)가 우주정책의 중심 역할을 하고 민간 생태계를 키워야 합니다.”
프랑스의 우주청인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의 베르나르 루치아니(사진) 아시아 총괄은 25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뛰어난 우주 발사체와 위성 기술은 경제외교로 산업과 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주기구가 우주정책을 제안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중복과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다”며 “CNES도 60여년간 우주 프로그램을 매우 일관되게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사체 등 산업·경제 이익으로
우주기구가 정책제안 중심돼야
부처 중복·비효율성 피할수 있어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우주패권 경쟁이 뜨겁다. 유럽의 우주개발 정책과 비전은.
△유럽우주기구(ESA)는 22개 회원국의 발사체, 지구 관측 위성, 통신, 과학, 항해(탐사선·우주비행사·우주작전) 등 모든 우주 활동을 이끈다. 회원국은 각자 우주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프랑스의 경우 자원을 ESA와 자체 프로그램에 반반씩 쓴다. 유럽에는 지구 관측 위성단(코페르니쿠스)과 유럽 항법·위치 확인 시스템(갈릴레오)이라는 두 선도 프로젝트가 있다. 유럽은 우주 선점 경쟁보다 발사체 독자 방식 유지, 우주 과학·기후변화 감시·탐사과학, 우주산업 응용·고용창출에 역점을 둔다.
-지난해 말 천리안 2A호도 유럽 발사체(아리안 5호)를 이용했다. 유럽 발사체와 위성 수준은.
△소형 발사체인 베가는 1.5톤 우주선을 태양동기궤도(SSO), 중형 발사체인 소유스는 3.2톤을 정지천이궤도(GTO), 4.4톤은 SSO까지 각각 보낼 수 있다. 아리안 5호는 대형 발사체로 10톤을 GTO까지 날릴 수 있다. 베가와 아리안은 유럽이 개발했다. 소유스는 유럽이 발사한 러시아제 발사체이다. 이들 발사체는 세계 발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를 통해 프랑스령인 기아나(남미) 유럽우주공항에서 발사한다. 2020년 아리안 6호는 GTO로 5.5~11톤, 베가 C는 SSO로 2.2톤 발사가 가능한데 생산비와 이용료가 더 저렴해질 것이다. 유럽은 발사체 재사용 프로젝트와 위성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SA의 중심 역할을 하는 프랑스의 우주개발 방향과 미래 역점 사업은.
△CNES에 매년 24억유로(약 3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프랑스는 1인당 우주 예산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다. 발사체, 과학, 지구 관측, 통신, 국방 분야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ESA에는 프랑스가 가장 많이 기여한다. 기후변화 연구와 감축, 이를 위한 필수도구인 우주 기술과 방법론 혁신, 화성으로 가는 우주탐사에 집중한다.
-프랑스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참여 현황은.
△유럽 전체 우주 인력의 40%가 프랑스에서 일한다. 360개가량의 우주회사에서 1만6,000여명이 연간 약 44억유로(5조6,700억원)의 수입(revenues)을 창출한다. 이 가운데 3분의1이 중소기업이다. 특히 세계 30%를 점유하는 대형 위성 회사인 에어버스&디펜스와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가 프랑스에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리안그룹(에어버스·사프란)은 유럽 발사체 시장을 이끈다. 최근 우주 스타트업이 위성에서 얻을 수 있는 지구관측과 항법 등 우주 데이터를 지상 데이터와 융합하는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우주 민간기업 지원책은.
△CNES는 전기추진시스템 등 연간 40여건의 특허를 기술기반 혁신 프로젝트 지원자에게 라이선스를 준다. 실행기관들에 전문지식을 전달하고 잠재적인 우주데이터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우주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혁신기금을 만들었다. 이 중 코스미캐피털은 프랑스 최초 우주전용펀드인데 기관에서 8,000억~1억유로 조달을 목표한다. 지난 1월 CNES는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는 4억유로 규모의 기술종자투자펀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펀드는 기술 스타트업, 파괴적인 혁신에 기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하는 곳에 지원한다. CNES는 우주 회사의 경영을 지원하는 협력단도 이끈다.
佛, 우주투자 벤처캐피탈 등 지원
관련 민간기업 年 5조 수입 올려
CNES는 프로젝트 일관적 추진
-프랑스의 국제 우주 협력은.
△CNES는 모든 프로젝트에 국제협력을 한다. 비용 분담과 인재 교류, 개발 주기 단축, 야심찬 계획 도전이 가능하다. 파괴적인 접근법을 장려한다. 우주는 외교, 특히 경제외교의 강력한 도구로 사용돼 세계적으로 프랑스 산업과 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물론 초점은 ESA 프로그램과 양자 협력을 하는 유럽 파트너들에게 맞추지만 세계의 모든 항공우주 기관과 협력해 연 40건 가량 협약을 체결한다.
-202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달 궤도 우주정거장(gateway)건설에서 유럽의 역할은.
△ESA는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연료주입·인프라·통신을 위한 모듈과 국제거주 모듈 등 우주정거장의 일부를 구축하려 한다. ESA는 게이트웨이나 혹은 이후 화성까지 우주비행사들을 보내는 (미국) 오리온 우주선의 서비스 모듈도 제공한다. 프랑스는 ESA 프로그램에 맞춰 임무를 수행한다. 국제 협력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주에서 혼자인가’ 등을 탐구하는 큰 프로젝트에 더 요구되고 지구 관측 위성으로 기후 진화나 과학 탐사를 연구할 때도 도움이 된다.
-각국의 경쟁적인 달 탐사 목적은 무엇인가.
△달에 접근한 몇몇 국가들은 분명히 정치적인 이유로 했다. 달에서 자원을 발견해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유럽에서 달에 가는 이유는 과학적인 관심을 넘어섰다. 달은 화성 등 태양계를 더 깊이 탐험하는 단계로 달은 더 가까이 있고 접근하기 쉽고 덜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 지구나 지구 궤도가 아닌 환경에서 사는 체험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달은 다른 행성으로 여행하는 우주선의 연료와 물을 생성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언제쯤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다고 보나.
△화성에 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왕복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착륙도 매우 어려우며 대기에는 유독가스가 있고 극도로 춥다. 사람을 보내는 비용도 아주 비싸 아마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로봇으로 더 많이 효율적으로 탐험한다. 프랑스는 특히 화성 탐사에 관심이 많다. 미국의 화성 탐사선인 큐리오시티와 인사이트의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화성에 가는 최적의 기회는 오는 2020년 7월 미국·유럽·중국·인도, 여기에 아마 아랍에미리트(UAE)에 의해 모두 5개의 우주선을 보낼 때가 될 것이다. CNES는 그중 2개인 나사의 마스2020(Mars 2020)과 ESA의 엑소마스(Exomars)에 동참할 것이다. 중국·인도 혹은 UAE와 함께 달 과학 미션에도 참여할 것이다. 유럽의 수성, 목성, 혜성 또는 소행성 과학 미션에 적극 참여한다.
-한국은 특히 발사체에서 후발주자인데 유럽의 평가는.
△한국의 우주 성과는 꽤 인상적이다. 정부의 꾸준한 투자 덕분에 30년도 안 돼 많은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했다. 지구 관측용 위성, 기상학, 항법, 발사체, 심지어 달 탐사 등에서 자립적으로 돼가고 있다. 수년 내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재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우주청이 없어 우주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말리는 경향도 있다. 유럽의 우주기구 거버넌스는.
△우주기구가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주기구가 우주활동에 할당된 정부의 자원을 모으고 부처들과 기관, 과학 연구실 등의 사이에서 중추역할을 수행해야 중복과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다. 60년 전 프랑스가 우주정책의 중심 주체로 CNES를 설립한 목적이기도 하다. CNES는 우주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는 책임이 있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을 갖고 있어 수십 년간 우주 프로그램을 매우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미리보는 서울포럼2019]베르나르 루치아니는…소유스 발사 서비스 마케팅 담당
베르나르 루치아니(57)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 아시아 총괄은 1988년 CNES에 입사해 1991~1995년 주미프랑스대사관에 과학기술 담당관으로 일했다. 1995년 귀국해 1997년에 국제관계부 부소장이 됐다. 1998~2002년 프랑스와 러시아가 합작한 발사체 회사인 스타셈에서 사업개발 책임자로 소유스 발사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했고 CNES 대표의 자문역을 수행했다. 2002~2006년 주싱가포르프랑스대사관에서 협력문화업무부 자문관을 하다 귀국해 2017년까지 CNES 보안국장으로 일했다.
그는 본지가 다음달 15일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미래는 우주다’를 주제로 여는 ‘서경 우주포럼’에서 ‘유럽의 우주정책과 민간 우주개발’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우주개발과 우주 산업화’,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제 우주협력과 민간 생태계 조성’에 대해 발표한다. 달 탐사, 게이트웨이, 우주쓰레기 처리 등 국제 우주 프로젝트도 분석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의 사회로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등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의 우주협력과 관련, “양국은 강력한 파트너십이 있다. CNES는 항우연과 (서경 우주포럼 직후인) 오는 5월17일 한국에서 제3차 한불 우주포럼을 공동주관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시 CNES·항우연·기상청 등이 기후변화 공동대처를 위한 협정을 맺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항우연에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며 “프랑스 우주사들은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 등에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