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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우리가 모르는 사이에]권력자가 성범죄 더 자주 일으키는 이유는

■ 존 바그 지음, 청림출판 펴냄




‘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성폭력을 아무 죄의식 없이 더 자주 일으키는 것일까’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는 정치권력이, 정준영 등 ‘단체 카톡방’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는 문화권력이 막강했다. 무의식 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존 바그 예일대 교수는 “권력에는 개인에게 중요하고 사적인 목표를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힘이 있다”는 점을 가설로 한 1990년대 미국 권력자들의 성범죄를 주목했다. 위계에 의한 성희롱은 “임금을 올려주는 문제는 호텔에서 상의해 보자”라는 식의 대가성 거래로, 때론 노골적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자행됐다. 대법원에 올라온 대가성 성희롱 사건 피의자의 증언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75%가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깨닫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피의자들은 성희롱 피해자의 외모나 몸가짐, 개성 등에 의해 이성으로서 진심으로 끌렸을 뿐이지 권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저자는 권력이 어떻게 무의식을 조종하는지 실험으로 살펴봤다.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일수록 권력의 자리에 앉았을 때 남을 덜 신경 썼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기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무의식중에 권력개념이 활성화 될 때 “한마디로 개인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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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는 존 바그 교수가 40년 연구로 밝혀낸 인간 행동의 비밀을 응축하고 있다. 인류 진화의 결과물인 무의식이 ‘빠른 직관’으로 작동해 자동차와 아파트 구매같은 복합적 고려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죄를 짓고도 동안(童顔)의 범죄자가 낮은 형량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 등 무의식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은 섬뜩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역겹다”는 말을 남발했고, 이것은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힐러리를 기피하게 만들어 선거에 승리했다.

책은 무의식을 파악하고 제대로 활용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제시한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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